[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중동 평화의 상징'으로 거론되다 암살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의 20주기 추모식이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열렸다.

AP, dpa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텔아비브 중심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연설했다고 1일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 사진=YTN 방송화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추모식에 10만여명의 군중 앞에서 "여러분은 매일 두려움을 딛고 희망을, 체념을 딛고 적극적 의지를, 냉소를 딛고 자신감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라빈 전 총리의 유지를 받들어 실천해야 한다고 따로 당부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평화협정의 마지막 장은 라빈 전 총리가 그의 인생을 바친 사람들이 직접 써야 한다"며 "라빈 전 총리는 당신들을 사랑했고 당신들의 나라를 사랑했으며, 당신들의 옳은 결정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빈 전 총리가 살해되기 2년 전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오슬로 잠정 합의를 중재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잠점 합의를 끌어낸 라빈 전 총리는 당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 아라파트 PLO 의장과 함께 1994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추모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유혈사태를 딛고 계속 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오바마는 "라빈의 삶과 꿈은 우리를 감동시킨다"며 "총알이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갈 수는 있어도 평화를 향한 그의 꿈은 절대 앗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1995년 11월 5일 라빈은 바로 이 광장에서 팔레스타인과의 '중동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유대인 인종주의자 이갈 아미르의 총에 맞았다.

암살 사건 이후 이 광장은 라빈의 이름을 따 '라빈 광장'이라고 불렸다. 암살범 아미르의 행동에 극우세력들은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째인 오늘날 많은 이스라엘인이 여전히 교착상태인 평화 협정에 깊은 환멸감을 느끼고 있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연례 집회는 이스라엘인들에게 숨진 지도자를 추모하기 위한 성지가 됐다.

암살 20주기를 추모하고자 열린 이날 집회에는 보기 드물게 이스라엘 온건 제1 야당 지지자들이 모였다.

당을 초월한 집회를 열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현직 의원들이 연설을 위해 초대되진 않았다. 하지만 라빈의 노동당 의원들은 다수 참석했다.

시위 참가자와 연설자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경책을 비판했다.

이스라엘 좌파·중도주의인 참가자들은 '정치적 해결책 없이 안보는 없다', '공포는 이제 충분하다. 희망을 원한다. 이제 평화를'이란 팻말을 들고 집회에 나섰다.

수년째 최악의 거리 폭력사태가 이어진 탓에 이날 대규모 집회는 철저한 경비 속에 진행됐다.

광장 중심부는 경찰 버스가 동원돼 모든 접근이 차단됐다. 클린턴과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방탄유리 뒤에서 연설했다.

팔레스타인은 지난달 초부터 이스라엘인들을 상대로 흉기 피습을 벌이고 있고, 이스라엘군은 때마다 총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웨스트 뱅크와 가자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면 이스라엘군은 최루가스, 고무탄, 실탄으로 반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