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 4일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증인석에 선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이복수(73)씨는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그는 "우리 아들 죽인 놈 앞에서 가슴이 떨리고 치가 떨려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의 말을 통역인이 영어로 전하자 피고인석의 아더 존 패터슨(36)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피고인석으로 걸어 나오는 피해자의 어머니를 보며 눈빛이 잠깐 흔들리기도 했지만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패터슨의 첫 정식 재판에서 재판부는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이씨에게 법정 안쪽으로 와 발언할 기회를 처음으로 줬다.

그는 "앉아서 서로 미루고 안 죽였다고 하는 걸 듣다 보니 18년전 재판과 똑같다"며 "양심이 있다면 '내가 죽였다'하고 사죄를 해야지 쟤들은 인간의 탈만 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필이 살았으면…'하고 그 생각을 한다. 아들과 밥도 먹고, 얼굴도 마주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그런데 못한다"며 "판사님, 검사님 우리 죽은 아들 한이라도 풀게 범인을 꼭 밝혀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은 패터슨의 공소사실을 밝히며 "당시 18세 미만 소년범이었지만 특정강력범죄처벌 특례법에 따라 패터슨의 법정형은 유기징역 20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패터슨 측은 검찰이 파악한 사건당시 상황 중 일부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과 법원이 패터슨의 말을 잘못 오역해 진범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무죄라고 했다.

   
▲ 이태원 살인사건, 母법정 호소 "패터슨 최고형 내려달라"./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패터슨은 당시 17세 동갑 친구인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36)와 피해자 조중필(22)씨가 살해된 1997년 4월3일 오후 9시50분 이태원 햄버거집 화장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간 뒤 조씨가 칼에 찔려 숨졌지만 리와 패터슨은 상대방이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살인범으로 단독 기소된 리는 1998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리는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리의 아버지는 재판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아들이 1997∼1998년 조사 때 패터슨을 만나 '빨리 인정하고 끝내자. 잘못을 빌어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패터슨 측은 "에드워드가 증인으로 나와도 위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