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미얀마 대신 '버마'라는 국명이 주목받고 있다.
미얀마라는 명칭이 군부의 집권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수치 여사 등 민주화 세력이 선호하는 버마로 국호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미국은 이번 총선 관련 논평을 하면서 미얀마 대신 버마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선거 과정은 고무적이며 '버마'의 민주 개혁과정에서 중요한 걸음을 상징한다"고 논평했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하면서 "'버마'의 군사적·정치적 지도자들이 (선거 결과에) 귀를 기울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에서는 미얀마와 버마라는 두 개 국명이 혼용되지만 미국이 버마라는 국명을 선택한 것은 수치 여사의 야당이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미얀마의 정식 명칭은 미얀마연방공화국(The 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이다.
'8888 학살'이 일어난 다음해인 1989년 군사 정권이 집권하면서 버마라는 국명을 버리고 미얀마를 채택했다.
군부는 버마라는 국명이 영국 식민지 시대의 잔재인데다 버마족만을 배려해 135개의 소수민족의 미얀마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군부가 국명을 미얀마로 바꿨지만 수치 여사 등 민주화 운동가들은 미얀마라는 국명을 거부했다. 군부 세력이 과거의 잘못을 감추려고 국명을 변경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명 변경이 군사 정권의 독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주요 국제 인권단체들도 버마라는 국명을 사용한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미얀마 대신 버마를 공식 명칭으로 택했다.
BBC방송은 사람들이 미얀마보다는 버마를 더 친숙하게 여긴다는 이유를 들며 버마를 자사 뉴스 웹사이트 등에서 사용한다고 전했다.
반면 유엔과 중국, 독일 등은 주권 존중 차원에서 변경된 국명인 미얀마를 사용한다.
미국 등 일부 서방 국가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미얀마를 국호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011년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미얀마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면서 미국 등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호칭 사용도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미얀마와 버마를 혼용해 사용했다.
같은 해 미얀마를 찾은 미 상원의원들도 두 개의 국명을 혼용해 사용했고 의회 청문회에서는 버마 대신 미얀마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미얀마 정부가 자국 명칭을 예전의 버마로 부르는 데 항의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군사정권의 집권으로 탄생한 미얀마라는 명칭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현재 전체 의석의 약 3분의 1이 개표된 가운데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이 무려 90% 이상의 의석을 싹쓸이하며 압승을 예고하고 있다.
수치 여사의 NLD가 정권을 잡아 국호 개정에 나선다면 버마는 26년 만에 국호의 자리를 되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