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시비 끝에 전속력으로 상대방을 들이받은 '보복운전' 사건 가해자에 대해 1심 법원이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하면서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복운전 사건에 살인미수죄를 적용해 기소한 사례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2부(허경호 부장판사)는 18일 운전 중 시비가 붙은 상대 운전자를 자신의 차로 들이받아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3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받도록 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동기와 경위, 범행도구와 수법 등을 볼 때 사안이 매우 중하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운전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니 운전면허에 관한 처벌은 관대하게 해 달라'거나 '장담할 수 없지만 최대한 감정을 조절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진술하는 등 범행 후 정황에서 참작할 부분이 없다"고 양형 이유를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조현병(정신분열증)과 분노조절장애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9월 23일 경기도 의정부시내 한 도로에서 자신의 레조 승용차를 몰다가 베라크루즈 승용차를 운전하던 홍모(30)씨와 시비가 붙자 홍씨를 차로 들이받아 대퇴부 골절 등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의정부지검은 경찰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송치한 이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블랙박스를 통해 이씨가 차에서 내려 다가오는 홍씨를 가속페달을 밟아 전속력으로 들이받은 사실을 확인, 살인미수죄를 적용해 기소했으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김영종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는 이날 "전국 최초로 보복운전 사건에 살인미수 유죄가 선고돼 경종을 울린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면서도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해 곧바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이 차량끼리 피해를 끼치는 일반적인 의미의 보복운전 사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의정부지법 이장형 공보판사는 "이 사건은 차량에서 내려서 걸어서 나오는 피해자를 차량으로 친 사안"이라며 "차량을 이용한 가해는 맞지만, 통상의 보복운전이라는 의미에는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