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영정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대한민국 14대 대통령인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등 전현직 정치인들이 속속 조문을 위해 방문하면서 눈물·오열이 터져나왔다.

22일 오전 0시22분, 불꽃 같던 삶을 88세로 마감한 고인을 떠나보내면서 그와 함께 격동의 현대사를 ‘동지’ 혹은 ‘경쟁적 협력관계’로서 함께한 인사들의 회한은 남다른 듯했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8시51분쯤 빈소에 도착해 1시간가량 고인의 차남인 김현철 씨,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과 대화를 나누며 고인을 기렸다.

JP는 고인이 생전에 했던 말 중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을 거론하며 “일체 당신의 신념대로 움직이는데, 유형·무형으로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내 신념을 꺾지 못하고, 역사는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런 신념을 말씀하신 건데 그게 생각이 난다”고 했다.

이를 듣고 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참 기맥(막)힌 말씀”이라며 흐느꼈다.

JP는 “보통 사람은 생각하지 못하는 얘기다. 신념에서 우러나온 말씀”이라고 했고, 서청원 최고위원은 “용기가 대단하시다”고 말했다.

JP는 대화 도중 YS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김기수 전 실장을 찾았다. 그는 “충신 하나 어디 갔어. 끝까지 아버지(YS) 모시던 충신 하나 있잖아”라고 했다. JP는 김기수 전 실장이 나타나자 “둘도 없는 충신에게 말씀하신 거 있지, ‘강물에 빠져 죽으라고’”라며 인사를 건네자, 김 전 실장은 “‘한강물에 빠지라고요”라고 말했다. YS가 생전에 측근들이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한강물에 빠져라”라고 종종 호통치던 걸 추억한 것이다.

JP는 김 전 실장에게 “잘 모셨어. 긴 세월 일편단심으로 잘 모셨어”라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울기 시작했다.

JP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식사는 잘 하고 계시나”라고 묻자 “밥 먹으니까 이렇게 살아 있다”며 “그 말씀 하시니 (YS가) 단식하시면서 ‘사람은 밥 못먹으면 죽는다’, 그 말씀도 했어. 단식을 여러 번 하셨잖아”라며 아쉬워했다.

김무성 대표는 차라리 오열에 가까운 울음을 터트렸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8시37분쯤 빈소를 찾아 국화를 헌화하고, 향을 피우려던 중 손이 떨렸는지 향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고인을 향해 두 번의 절을 하면서 앞서 한 번의 절에서 작은 흐느낌을, 두 번째에서 더 큰 울음을 터트렸다. 절을 마친 뒤 상주인 김현철 씨를 껴안고 한 번 더 흐느끼기도 했다. 김 대표는 조문을 한 뒤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이 모여 있는 내빈실로 들어갔고, 그 곳에선 김 대표의 오열이 또다시 흘러나왔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저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고인의 가시는 길에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상주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 모두 상주”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10시5분쯤 용무가 있어서 빈소를 잠시 떠나면서도 기자들이 ‘5일장인데 내내 자리를 지킬건가’라고 하자, “상주인데 당연하다. 각하를 모시던 우리, 다 제자들, 다 상주다. 상주 역할 충실하겠다”고 했다.

JP가 조문할 때에도 김현철 씨 옆에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 서청원 최고위원, 김무성 대표가 나란히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