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지난 1월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했던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잠보앙가와 주변 섬 지역이 우리 정부가 법으로 규정하는 '여행금지지역'으로 지정됐다.

26일 외교부는 "여권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의 잠보앙가와 술루 군도·바실란·타위타위 군도 등 주변 도서를 여행금지지역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우리 국민의 이 지역 방문 및 체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이 지역을 무단으로 방문하면 여권법 26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이 지역에 내려져 있던 권고적 성격의 특별여행경보는 여행금지 조치에 따라 법적 성격의 '흑색경보'로 전환된다.

외교부는 "잠보앙가 등지에서는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가 우리 국민을 납치해 사망하게 한 것을 비롯해 무고한 민간인들에 대한 납치·참수 등 극악무도한 행위를 빈번히 자행해 왔다"며 "관할국 정부의 치안유지 기능도 크게 마비돼 있는 상황"이라고 여행금지 이유를 밝혔다.

잠보앙가 소도시 수라바이에서는 지난 1월 한국인 홍모(74)씨가 아들의 집을 방문했다 이슬람 반군 아부사야프에 납치됐다. 홍씨는 10개월간 아부사야프에 억류된 끝에 지난달 말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가 여권법에 따른 여행금지 제도를 마련한 이후 국가가 아닌 특정 지역을 여행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는 이라크·시리아·예멘·리비아·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 등 6개국이 여행금지국으로 정해져 있다.

여권법 17조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국가나 지역에 방문·체류를 금지(여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지역을 방문하려면 영주(永住)나 긴급한 인도적 사유 등 예외적 사유에 한해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 제도는 (잠보앙가에 대해서도) 똑같이 시행된다"며 "처벌 당국과 협조해 출입자를 확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의 민간인 납치가 잇따르는 말레이시아 사바주 동부 해안에 대해서도 여행경보를 여행자제(황색경보)에서 철수권고(적색경보)로 상향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 지역에 방문 또는 체류 중인 국민들은 긴급 용무가 아닌 한 철수하고, 방문을 계획 중인 국민들은 여행을 취소 또는 연기하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