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국가유공자의 전 부인이 다른 사람과 위장 재혼했더라도 여전히 유공자의 유족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6일 수원지법 행정1단독 이성호 판사는 보훈급여 6000여만원을 반납하라는 수원보훈지청을 상대로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A씨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A씨는 1976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사건 당시 경호업무를 수행하다가 숨진 대통령 경호실 소속 경호원의 부인으로, 결혼한 지 3년 만에 남편을 잃었다.
A씨는 갓 돌이 지난 아들과 미국으로 이민을 결심했다. 당시 미국 시민권자였던 B씨와 가장해 혼인신고하고 미국으로 이주, 영주권을 얻었다.
이후 B씨와 이혼했고 2000년 개정된 국가유공자 관련법에 따라 공무 중 숨진 전 남편을 국가유공자로 등록신청했다.
A씨는 관련 기관으로부터 순직군경유족으로 인정받아 2014년 6월까지 보훈급여 등 약 1억39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던 중 수원보훈지청은 A씨에게 "다른 사람과 혼인했기 때문에 고인의 배우자로서의 관계가 소멸했으므로 국가유공자 유족으로서 보상받을 권리도 소멸했다"며 "국가채권 환수 범위에 속하는 최근 5년 간의 지급 보상금 620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통지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영주권을 얻기 위해 위장재혼한 것이기 때문에 유족자격을 박탈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A씨의 재혼 여부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보훈청의 과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의 재혼은 가장해 혼인신고한 것에 불과해 실질적인 혼인의사 없이 한 것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A씨가 당시 호적상 재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훈급여를 지급한 것은 수원보훈청의 부주의 및 착오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월 100만원 남짓의 보훈급여금을 지급해놓고 이를 일시에 반환하라는 처분은 A씨의 생활안정을 중대하게 침해할 것이다. 수원보훈청의 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 및 수익적 행정행위 직권취소 제한의 법리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