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터키 전투기의 자국 전폭기 격추 사건 이후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던 러시아가 터키에 대한 경제 ·외교·국방 및 인적 교류 분야 제재 조치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고 연합뉴스는 27일 보도했다.
최신 방공 미사일을 시리아로 배치하는 등 현지에서 공습 작전을 벌이는 자국군 보호 조치도 강화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응은 터키와의 군사적 대결이나 전면적 경제협력 중단 등의 심각한 수준에 까진 이르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분쟁 등으로 서방과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터키까지 '적'으로 돌리기에는 감수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전폭기 피격으로 자국 군인이 2명이나 사망한 마당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별다른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없는 복잡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주재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어제 경제와 인적 교류 분야 등에서 전폭기 피격 사건에 대한 대응 조치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앞으로 이틀 안에 이같은 조치를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메드베데프는 "전폭기 격추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러시아에 대한 침략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 범죄 행위에 대한 군사·외교적 대응 조치가 이미 취해졌고 앞으로도 더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 상품 수입, 러시아 내 터키 기업 활동, 터키와의 공동 프로젝트 등이 제재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우선 제한적 경제 제재로 전폭기 피격에 대응할 계획이다.
현지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26일 이번 사고와 관련 러시아 정부가 터키 상품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식품과 자동차 부품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연 약 8천만 달러(약 920억원) 상당의 자동차 부품을 러시아로 수출했으며 포도, 토마토, 귤, 해바라기씨 등 식품도 대량으로 공급해 왔다. 터키산 농산품은 러시아 전체 농산품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터키산 식품과 채소, 자동차 부품 수입 등을 제한할 경우 양국 교역이 위축되고 터키 기업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는 러시아의 다섯번째 교역 상대국으로 2014년 기준 양국 교역량은 310억 달러였으며 올해 들어 지난 9개월 동안 교역량은 180억 달러였다.
러시아 농업부 장관 알렉산드르 트카체프는 터키 과일·채소 등의 수입이 금지되면 이란, 모로코,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들에서 대체 수입품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혀 실제로 정부가 금수 조치를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에 터키 농산품과 식료품 수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은 전날부터 터키와의 교역 제품에 대한 검사 절차를 강화했다.
크렘린궁 공보실은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터키 상품에 대한 전면적 금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에서 터키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 터키 내 원전 건설 사업 등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터키 여행 제한 조치도 '보복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관광청은 전폭기 격추 사건 당일인 24일 이미 자국 여행사들에 터키 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자국 관광객들의 터키 여행 자제도 주문했다.
고위급 인사 교류 중단 등 외교 제재도 가동될 전망이다. 코메르산트 신문은 크렘린궁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달 15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러-터키 정상회담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 군사 당국자 간 교류 등 터키와의 국방분야 협력도 당분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