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임금적정성 시비 주범…성과수당으로 전환해야
   
▲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초과근로 수당, 성과수당으로 전환하자

임금은 근로의 댓가이다. 문제는 근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가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근로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때다. 예컨대 판매업무의 근로성과는 판매액으로 나타난다. 이 경우 판매액이라는 근로의 성과에 근거하여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이른바 성과급(output pay)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성과급의 경우 근로의 성과 측정이 객관적이고, 또 근로에 대한 감독(monitoring)이 어려운 경우 가장 합리적인 보상방법이다. 예컨대 보험설계사, 택시기사 등 근로 장소가 넓은 범위에서 유동적이어서 근로 여부에 대한 감독이 어려운 반면 근로의 성과는 쉽게 측정가능한 경우 성과급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성과급의 경우 근로시간은 임금의 결정요인이 되지 못한다. 한 시간을 일하든지 10 시간을 일하든지에 관계없이 성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경우처럼 근로의 결과 또는 성과가 쉽게 그리고 명확하게 평가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근로는 그 성과가 당장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파악 가능한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여러 개이고, 또 각 과정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데 각 과정과 단계에 각각 여러 종류의 근로가 투입되므로 각각의 근로가 최종 결과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따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과(ouput)에 기반한 임금 대신 투입(input)에 기반한 임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투입기반 임금(input based pay)의 경우 다시 투입을 무엇에 근거하여 측정하는가가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서 얼마만큼 및 어느 정도 일을 했는지를 측정해야 하는데 먼저 일하는데 투입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일에 충실하였는가 하는 '밀도(집중도)’도 중요하다. 또한 일의 성격상 일터를 떠나면서 일단 종료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일터를 떠나도 종료되지 않고 연속되는 일도 있다.('연속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일의 제 특성이 관찰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관찰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를 이용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같이 일의 투입 정도를 측정하는데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하지만 '밀도’ '연속성’ 등은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시간’은 측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래서 투입기반 임금은 우선 시간급(time pay)를 기본으로 한다. 시급, 일급, 주급, 월급 등이 모두 일정한 시간동안 근무에 투입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시간급이다. 현재 임금이라 칭하는 것의 대종은 시간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급은 투입시간을 근거로 지급되므로 투입시간이 클수록 임금이 많아진다. 따라서 이제 임금은 근로의 내용이나 성과보다 근로시간과 관계를 갖게 된다.

임금과 근로시간의 관계를 놓고 보면 이제 근로시간의 증가에 따라 임금이 비례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왜냐하면 근로시간이 길어질수록 여가시간은 짧아지므로 근로의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근로시간이 길어질수록 근로소득이 증가하여 일정부분 상쇄하기는 하지만 소득(소비)증가의 한계효용은 체감하는 반면 여가감소의 한계효용 감소분은 체증한다면 임금의 비례적 증가로는 상쇄가 어렵다. 따라서 체증하는 한계효용 감소분의 상쇄를 위하여 시간당 임금이 더 커져야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 논리를 형태화한 것이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대한 할증임금 지급이다. 즉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을 근로투입시간에 기반하여 지급하고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근로 중에서 특정한 종류의 근로에 적합하다. 즉 앞에서 논의한 '시간’, '밀도’, '연속성’ 등 중에서 밀도나 연속성이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고 '시간’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근로에 적합하다. 예컨대 일관작업에 종사하는 생산직 근로의 경우 여러 근로자가 순서에 따라 일하게 되므로 '밀도’의 변동성이 약하다. 또 근로가 생산 작업에 묶여있으므로 생산 작업이 끝나면 근로도 종료되고 퇴근 이후까지 근로가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근로는 제조업 생산 업무에 많지만 산업과 관계없이 단순 반복적 업무라면 거의 다 해당된다. (예컨대 서류정리, 컴퓨터 입력, bookkeeping, 청소, 경비 등)

   
▲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모든 근로형태를 한 가지 즉 투입시간으로만 판단하는 획일화의 오류에 빠져있다. 사진은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에 나와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근로 중에는 '시간’보다 '밀도’나 '연속성’이 투입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근로가 많다. 사무관리직 중 위에 언급한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들은 '밀도’의 변동성이 크다. 즉 근로자들간에 업무의 연결이 동시적으로 밀착되어 있지 않으므로 밀도에 대한 자기통제(self discretion)가 높아서 근로자 선택에 따라 집중도있게 할 수도 있고 여유있게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특정한 결과를 내기까지 마음먹기에 따라서 4시간에 끝낼 수도 있고 10시간에 끝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밀도의 변동 여부는 전술한 것처럼 객관적으로 관찰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또 어떤 업무는 근로시간, 근로장소와 관계없이 연속적인 경우가 있다. 업무시간이 종료되고 퇴근 후에도 뭔가 생각을 해야 하고 검토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관리직, 전문직, 연구직 등이 이 경우에 속한다. 이들의 업무는 대강의 목표만 정해져 있을 뿐 목표로 가기위한 프로세스 구축 및 실행은 스스로 해야 한다. 자신이 어떻게 프로세스를 짜는가에 따라 근로투입의 시간은 일주일에 80-90시간도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 소요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처럼 근로투입이 다양한 측면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를 단순히 '투입시간’에 의해서만 측정하고 임금, 특히 초과근로수당 등을 결정하는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우선 '밀도’의 자기조절에 의한 근로의 경우 초과근로수당의 과다지급이 문제된다. 한마디로 기준근로시간에는 설렁설렁 일하면서 초과근로시간을 채우고 수당을 받는 사례로서 지금 한국의 직장 특히 공공부문에서 만연되고 있는 도덕적 해이다. 이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초과근로수당의 상한을 걸어놓고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금액을 정해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 근로시간에 비해 초과근로수당은 적게 받는다는, 즉 받아야할 것보다 작게 받는다는 불공정 의식을 사무직 근로자에게 심어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한편 '연속성’이 포함된 근로의 경우 직장의 근로시간에 근거한 초과근로수당 지급은 당연히 과소지급의 문제점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래저래 근로자들의 불만만 커지게 된다.

문제의 해결은 '시간’만으로는 근로의 투입을 따지는 것이 부적절한 직종에 대해서는 초과근로수당 체계를 적용하지 않고 다른 체계를 적용하는 것이다. 즉 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에 대해서만 시간급을 지급하되 근로의 투입 밀도와 연속성을 감안하고 그 성과를 일정한 기간동안 관찰, 평가한 후 그에 따라 '능력급’ 또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런 임금체계를 적용받는 직종은 관리직, 전문직, 연구직 등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금체계는 직종에 따라서 '기본급+초과임금+보너스’로 구성되는 체계와 '기본급+능력급+보너스’로 구성되는 체계로 구분된다. 관리직, 전문직, 연구직 등은 초과임금이라는 부적절한 임금형태에서 제외되는 대신 능력급(또는 성과급)을 적용받음으로써 불필요한 과소지급 불공정 의식을 없앨 뿐 아니라, 자기 근로에 대한 스스로의 밀도 조절 및 연속성에 대한 평가 보상을 통해 임금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전술한 논의에서 이미 밝혀진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모든 근로형태를 한 가지 즉 투입시간으로만 판단하는 획일화의 오류에 빠져있다.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한편으로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점을 낳고 다른 한편으로는 임금의 적정성 시비를 낳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정규 근로시간의 느슨한 업무밀도 및 의도적인 초과근로시간 사용은 총 근로시간을 과다하게 늘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따라서 단순반복적 업무를 제외한 기타업무에 대해서는 초과근로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제외대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이는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초과근로 적용 제외(면제)를 규정하면 임금의 공정성 시비를 없앨 뿐 아니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총근로시간의 과다 시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왜냐하면 그동안 초과근로적용을 받았으나 이제 제외되는 직종에서는 기준근로시간 내에 일을 마치려 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총근로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부록> white collar exemption 적용 시 2014년 근로시간의 변화

가정:

- 관리자,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직종은 직종 전체가 적용받아서 정상근로만 계산된다고 가정.

- 사무종사자, 서비스종사자, 판매종사자, 농림어업숙련종사자,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직종에서 월 임금 4백만 원 이상되는 경우에는 관리자로 취급하고 정상근로시간 적용함. (월 임금 4백만 원 이상은 전체 표본근로자의 상위 25%에 해당)

- 기능원 및 관련기능종사자, 그리고 단순노무종사자 직종은 임금과 관계없이 현재의 총 근로시간을 그대로 적용함.

결과:

- 월 총 근로시간은 175.9시간에서 164.4시간으로 감소함.

- 연간 기준으로는 2110.8시간에서 1972.8시간으로 감소함.


표: 2014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위 글은 자유경제원 '정책제안' 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