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타협 후진성과 개악…글로벌경쟁 뒤쳐질 노동경쟁력

지난 20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의 ‘대한민국 구조개혁, 원칙을 세우다’ 정책심포지엄이 열렸다.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의 개회사로 열린 정책심포지엄은 제 1세션 ‘노동 교육 개혁 원칙은 무엇인가’와 제 2세션 ‘금융 규제 개혁 원칙은 무엇인가’, 제 3세션 ‘공공 정치 개혁 원칙은 무엇인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은 노동개혁 성공의 필수 조건, 교육개혁의 원칙, 금융개혁의 대상 및 방향, 경제규제의 현실과 그 과제, 공공기관 재정건전성을 중심으로 한 공공개혁 원칙, 정치개혁의 과제와 방안에 관하여 심도 있는 토의를 나눴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하이에크, 미제스, 밀턴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사상 및 시장경제에 관한 연구와 학술 활동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자유주의 고양과 시장경제 창달을 설립 취지로 하는 학회다. 1999년 설립된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이를 위해 경제학은 물론 철학, 법학, 정치학, 행정학 등 모든 학제를 종합하여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교육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래 글은 20일 열린 정책심포지엄 제 1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선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박기성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몽펠르랭소사이어티 회원

노동개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1. 노동개혁의 필요성과 원칙

우리나라에서 고임금을 받고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기업 정규직 136만명, 공무원 101만명, 중앙 및 지방 공기업 정규직 34만명, 사립학교 교직원 28만명 등 대략 300만명으로 추정된다. 노동개혁은 이 300만명의 과보호를 완화하고 그 외 1,600만명 임금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매년 수십만명씩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s)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은 공정성 확보이다. 가장 중요한 공정성 원칙은 일한만큼, 즉 생산성만큼 임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이 생산성을 어떻게 정확하게 측정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근로자는 본인의 생산성을 과다계상하고 고용자는 과소평가하므로 당사자인 근로자와 고용자에게 생산성 평가를 맡길 수 없다. 근로자와 고용자가 자유롭게 구직・구인을 할 수 있으면 시장에서 생산성만큼 임금이 지급되어 공정성이 확보된다. 생산성과 임금이 일치하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달성되므로 공정성은 또한 효율성을 보장한다. 그러나 근로자와 고용자의 자유로운 구직・구인을 방해하는 것이 노동공급을 독점하는 노동조합(monopoly unionism: Lazear 1983)이다. 노동조합의 과도한 임금인상에 대해 고용자는 고용조정으로 대응하고 싶지만 노동조합의 압력과 노동법에 의해 거의 불가능하므로 임금은 어쩔 수 없이 생산성을 초과하게 되어 자원배분의 공정성 및 효율성이 훼손된다. 노동부문의 가장 큰 암초가 과도한 힘을 발휘하는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도 순기능을 한다. 경영자의 비리(malfeasance, misfeasance)를 인지한 근로자나 각종 고충(grievances)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가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통로가 없을 때 노동조합에 호소하여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냄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이러한 기능을 집단적 의사소통 기능(collective voice mechanism: Medoff and Freeman 1984)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뚜렷한 경험적 증거는 없으며, 이런 기능이 있더라도 이 순기능을 뛰어넘는 노동조합의 과도한 힘의 발휘는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동조합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 과도한 힘의 발휘를 억제하여 노동조합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가 노동개혁의 전부인양 선전하고 있다.

2.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

2013년 4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개정되어 권고조항(recommendation)이었던 60세 이상 정년이 강제조항(compulsory provision)이 되었다. 개정 전에는 정년이 없어도 적법했고, 있는 경우 60세 정년이 고용자가 노력해야 하는 권고조항이었다. 그러나 법개정으로 60세 정년이 의무조항일 뿐만 아니라 간주조항이 되었다. 이 법개정으로 인해 청년고용절벽이 불을 보듯 뻔한 데도 통과시킨 국회 환경노동위원들에게 우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임금피크제로 이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 있을까? 60세 정년강제화로 고용이 연장된 근로자에게 임금을 그의 생산성보다 더 낮게 주어야 인건비가 절감되어 청년을 채용할 수 있다. 기업은 근로자의 태만(shirking)을 억제하고 근로유인(work incentive)를 제공하기 위해 연공급을 활용할 수 있다(Lazear 1979). 근로자를 고용하여 근로생애의 전반부에 임금을 생산성보다 낮게 주면, 태만하다가 발각되어 해고되는 경우 근로자가 받아야 할 임금을 못 받고 기업을 떠나게 되므로 태만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것이다. 전반부에 못 받은 임금은 후반부에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을 받음으로써 회수된다. 근로생애의 전반부에 못 받은 임금과 후반부에 생산성을 초과하여 받는 임금은 현재가치로 일치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 노동시장에서 이 기업은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40세경에 임금과 생산성이 일치하고 그 후 연공급에 의해 임금이 생산성을 훨씬 상회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정년 직전의 매우 높아진 임금을 임금피크제로 아무리 깎아도 생산성 밑으로 줄 수 없다(그림 1).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인건비가 절감되어 13만명의 청년을 새롭게 채용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임금피크제로 인건비를 절감하여 청년신규채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를 인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늬만 남은 조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과 임금피크제를 가능하게 하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9월 15일(2015년) 노사정합의문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라고 명문화하여 오히려 노조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근로계약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두 의제는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명확한 근로계약에 의해 저성과자는 계약해지가 되는 것이고, 생산성에 근거한 임금이 지급되므로 임금피크제는 근로계약에 포함된다.

   
▲ [그림 1] 정년과 임금피크제


3. 근로기준법을 근로계약법으로 개정

시장경제에서는 모든 거래가 자발적인 계약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런 거래는 적어도 사전적으로 쌍방에게 이득을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부문은 근로기준법이 자발적인 계약을 우선한다. 이 법에는 근로와 관련된 기준들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다. 최소한의 기준만을 남기고 근로계약과 관련된 조항으로 바뀌어야 한다. 자유계약원칙에 따라 근로 제공과 사용이 이루어져야 노동부문이 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근로계약에 의하면 소위 비정규직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용형태 및 근로조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므로 비정규직이라서 차별 받는 일은 생길 수 없다. 기간제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각종 보호법들은 있을 필요가 없으며 단지 근로계약법의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일반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통상임금 범위, 근로시간단축, 정규직-비정규직 격차해소(기간연장 등), 파견업종 확대, 직무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임금피크제, 다양한 퇴직급여 등 지금 논의되고 있는 모든 노동관련 의제들이 근로계약에 의하면 문제가 되지 않고 인정된다.

임서정(2013)에 의하면 일본은 근로계약법(노동계약법)을 제정하여 2008년 3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노동보호법적 성격의 근로기준법(노동기준법)과 더불어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또 하나의 기본법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은 통일 직후인 1992년 통일독일법위원회의 노동법분야 위원들에 의해 근로계약법안(Arbeitsvertragsgesetzbuch)이 성안되었고 최근까지 논의가 되고 있으나 입법화되지는 않았다. 중국은 노동합동법이라는 명칭으로 근로계약법이 제정되어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승길(2005)에 의하면 미국에서 근로자와 고용자의 권리의무를 규정하는 기본법은 관습법(common law)이다. 이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은 근로자와 고용자 당사자가 언제라도 자유로이 해약할 수 있다. 근로계약에 어긋나는 조항이 없는 한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직할 수 있듯이 고용자도 언제라도, 어떠한 이유로든지나 아무 이유 없이 자유로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 이것을 근로자와 사용자의 임의 고용(employment at will) 원칙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모든 노동 관련 의제들이 문제가 되지 않고 인정된다.

4. 노융(勞融)시장의 발전

생산의 2대 요소는 자본과 노동이다. 기계・설비 등의 실물자본과 근로자의 노동 서비스가 결합하여 생산이 이루어진다. 실물자본을 구입하거나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므로 금융(金融)시장이 발달되어 있어 그 수요와 공급을 통해 자본이 조달된다. 금융시장은 개방 경제에서는 자본이동과 같은 세계화의 거친 파도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과 통합되지 않을 수 없고 국제 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노동부문은 세계화로부터 격리되어 왔고 도처에 지대추구적(rent-seeking) 암초들이 산재해 있어서 국제 기준에서 많이 벗어나 있으며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하다. 이런 상태로 노동부문이 방치되면 아무리 자본이 풍부해도 노동이 보틀넥으로 작용하여 생산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며 경제성장은커녕 경제가 퇴보할 것이다. 노동부문의 공정성(fairness)을 제고하는 노동개혁은 우리가 지구상에 번듯한 국가(decent nation)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시대적 명령이다.

금융시장에는 자본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이 발달되어 있다. 그러나 노동은 자본보다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문제가 더 심각하나 수요자(기업)와 공급자(근로자)를 중개하는 노동중개기관이 매우 적고, 노동에 대해서는 시장이라는 개념조차 잘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 노동을 자본과 유사하게 취급하여 노융(勞融)시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본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금융시장이라고 하듯이, 알선, 파견, 용역, 등 노동중개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노융시장이라고 명명한다(그림 2). 이 시장이 발전하면 일하고자 하는 모든 국민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며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만 집착하는 것을 완화하여 노사관계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성장동력산업으로 아시아 및 선진국에 진출하여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이 시장을 통해 많은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고 이 시장 자체도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노동중개업무에는 취업알선, 정보제공, 상담, 준비, 교육훈련, 헤드헌팅, 인력파견, 용역, 전직지원(outplacement), 기업의 인사관리 대행 등이 포함된다. 미국에는 인사업무를 대행하는 professsional employer organization(PEO)이 700여개 존재하며, employee leasing(staff leasing) 회사, temporary help service 회사 등이 다수 존재한다. 노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금융기관과 유사하게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적절한 교육훈련, 정보, 상담, 취업알선, 전직지원, 취업 후 노사의 고충처리뿐만 아니라 직접 파견, 용역 근로자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민간 인력회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 노동중개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적・제도적 정비를 하고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 착취의 배제)의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 한다”라는 규정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위의 두 과제는 근본적인 개혁과제로 현 정권이 추진하기에는 역량도 부족하고 시기도 놓쳤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및 고용관계(labor market and industrial relations)에 파급효과가 가장 크고 상대적으로 용이한 다음의 세 가지 개정(three point amendment)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 [그림 2] 금융시장과 노융시장의 비교. /자료출처: 김용민・박기성(2013, p. 225)

5. 파업 중 대체근로 인정과 직장점거파업 금지

우리나라에서 모든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막강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80만명의 노동조합원이 누리고 있는 영향력은 4,250만명 생산가능인구 전체에 걸쳐 매우 크다. 이런 비대칭적 기형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의 노동법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용자가 쟁의행위(파업)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그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그러나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나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주요 선진국은 없다. 이상희(2015)에 의하면 미국은 파업 시 일시적으로 외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파업(economic strike)의 경우 파업참가자가 복귀를 거절하면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파업 시 무기계약근로자를 채용하여 대체하거나 그 업무를 도급 주는 것이 인정되고 있고, 실제로 도급을 통한 대체근로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파업 기간 중 신규채용, (하)도급 등의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고, 다만 파견근로자로 대체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신규채용, (하)도급, 파견근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선진국에서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파업권)과 고용자의 영업권(경영권)을 대등하게 보장해 주기 위해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참가자에 대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다. 우라나라도 고용관계(employment relations)에 있어서 고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함으로써 임금을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수도・전기・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50%내 대체가능)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기간 중 외부인력을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고 그 업무를 도급・하도급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고용관계가 시장기제에 의해 견제되고 균형될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3조를 개정해야 한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왼쪽부터 문병호, 장하나, 이인영, 은수미 의원)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노동개혁 5개 법안 중 3개 법안에 대한 심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사진=미디어펜

김영문(2007)은 노사 간의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근로자의 파업권이 보장되면 고용자의 대체인력 투입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파업에 참여할 때 사업장내의 인력만을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체근로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므로 영업의 자유나 직업의 자유 같은 기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는 고용자의 기본권과 근로자의 단체행동권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쟁의행위 기간 중에 파견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파업 기간 중에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이 실제로 매우 어렵고,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조합원이 파업 종료 후 복직할 때 대체인력으로 파견근로자가 고용되었다면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고용이 해지되어 쉽게 노동조합원이 복직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개혁의 원칙인 임금과 생산성의 일치를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대체근로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므로 파견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으며, 영국 정부가 최근 발의한 노동개혁안에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와 관련된 제한을 철폐하는 것(removal of current restrictions on using agency workers to cover for strikers: Middleton 2015)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가 가능하려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1997년 노동법 개정 이전에는 쟁의행위를 사업장내에서만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파업을 워크아웃(walk out)이라고 하는데 파업을 하면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파업 중인 근로자는 인원수와 장소의 제한을 받으면서 피켓을 들고 사업장 앞에서 시위한다.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는 이 피켓선을 가로질러(cross a picket line) 사업장 안으로 들어간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2조에서는 주요 시설에 대한 직장점거파업을 금지하고 있으나 주요시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동법 시행령 21조) 실제로 모든 파업은 직장점거파업이다. 직장내에서 지속적인 시위・농성・소음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지만 경찰력 등 공권력은 고용자가 요청을 해도 개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수단은 직장폐쇄뿐이다. 직장폐쇄를 해야만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을 직장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직장점거 파업이 불법이므로 실질적으로 직장폐쇄가 파업과 더불어 시작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고용자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더욱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은 사법적 판단에 의해서만 확보된다. 동법 46조에 고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노동조합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가려달라고 소송을 하면 판사의 판결에 의해 그 적법성 여부가 결정된다.1) 만약 직장폐쇄가 적법하지 않은 소위 공격적 직장폐쇄로 판결이 나면 고용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동법 91조). 고용자가 직장폐쇄를 결정할 때는 각 판사의 재량권에 따라 공격적 직장폐쇄가 되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형을 받게 되면 공무원이나 교원은 해임된다. 그러므로 고용자가 직장폐쇄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며, 특히 공무원이나 교원으로서 기관장인 경우 직장폐쇄를 단행한다는 것은 이후 인생을 건 모험이다. 이런 점에서 고용자는 노동조합보다 매우 불리하며 노동조합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여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쟁의행위가 직장 밖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재산권과 영업권 보호차원에서도 정부가 강력하게 집행해 나아가야 한다.

6. 제조업무 등 파견근로 자유화

우리나라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는 포지티브 방식(positive system)이다. 그 업무들은 주유원, 주차장 관리원 등과 같은 단순 업무들이 대부분이며 제조업무(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의 본질은 관련 업무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Coase 1937). 업무 수행을 위해, 정규직을 채용하든, 다른 기업에 도급을 주든, 도급받은 기업의 종업원이 이 기업에 들어와서 일을 하든(사내도급), 기간제근로자를 채용하든,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채택하여야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파견법에 근거하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근로자를 불법파견근로자로 판결하는 등 사내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제조업체의 파견과 사내도급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생산방식이다. 일본은 1999년에 파견 금지 업무만을 열거한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하였으며, 2003년에 다시 개정하여 제조업무에도 파견을 허용하였다. 이에 따라 파견근로자가 2003년 50만명에서 2013년 127만명으로 급증하였다(조영길 2015). 독일은 하르츠개혁의 일환으로 2003년 파견근로가 자유화되면서 파견근로자가 32만명에서 2013년 81만명으로 증가하였다(조영길 2015). 윤기설(2014)에 의하면 2009년 도요타자동차의 비정규직은 기간제근로자 9,200명, 파견근로자 9,000명으로 18,200명(전체 근로자의 27%)이다. 대부분의 기간제근로자와 일부의 파견근로자가 직접생산공정업무를 하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 BMW 공장은 정규직 3,400명, 사내도급근로자 2,400명, 파견근로자 1,200명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다.

   
▲ 민노총은 ‘재벌천국 노동지옥 빈곤철폐’를 화두로 삼으며 정의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떠들지만, 뒤로는 자식에게 일자리를 세습하고 청년일자리에 대한 양보는 없는 등 귀족노조의 추태를 부린다. 사진은 지난 4월 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위원회의 타협을 거부하며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 마이크를 들고 있는 이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다./사진=연합뉴스

반면에 우리나라의 파견근로자는 2014년 13만명 수준으로 파견법 제정 직전인 1997년 22만5천명 수준보다 오히려 감소하였다(조영길 2015). 일본과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제조업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부 업무에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7. 사무직 면제(white collar exemption)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생산직근로자만을 상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이다. 근로기준법 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일하는 생산직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산출물이 나오지만 관리・사무・연구・영업직근로자들은 근로강도를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고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초과근로시간을 계산하여 50% 할증된 급여가 지급되거나 매월 일정 시간의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이들은 업무의 속도를 조절하여 부당하게(unfairly) 초과근로급여를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관리사무직의 상당수는 소위 고정오티를 지급받고 저녁 늦게까지 근무한다. 고정오티를 받는 근로자는 밤늦게까지 근무하는데, 정해진 시간만 초과근로를 인정받는다고 불만이고 고용자는 지불 안 해도 될 것을 법규 때문에 지불한다고 불만이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2) 미국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급여를 받을 수 없는 자와 받을 수 있는 자(either exempt or nonexempt employees who are entitled to overtime pay)로3) 대별된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어 그에 따른 급여를 받을 수 있으나(비면제 근로자, nonexempt employees), 일부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제 근로자, exempt employees). 구체적으로 (a) 연봉이 $23,600(주급 $455) 이상, (b) 봉급 베이스(salary basis)로 급여를 받고, (c) 경영・전문・관리적 직무(executive, professional, or administrative job duties)를 수행하는 자나4) 비육체적 노동을 하는 연봉 $100,000 이상인 자에게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 (b)의 대표적인 특징은 결근을 해도 급여가 줄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근로자를 초과근로 면제 근로자와 인정 근로자로 대별하여 인정 근로자는 초과근로와 관련된 권리와 급여를 철저히 보장해 주고 면제 근로자는 초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성일(2007)은 구체적으로 모든 관리・감독・사무・영업・연구개발직은 연봉액에 관계없이 면제 근로자로 하고 기타 직종 중에서는 연봉 상위 20%의 근로자를 면제 근로자로 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이렇게 되면 면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대폭 단축되어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한 임금이 시간급과 성과급으로 대별되어 통상임금의 논의도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8. 노동개혁의 첫 단추는 노사정위원회 폐지

노사정위원회가 1년 동안의 협상을 거쳐 9월 15일 발표한 노사정합의(?)는 최악의 합의이다. 지난 4월 협상을 결렬시키고 나간 노동계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은 노동계를 성토하고 어떤 언론은 파렴치한 행위라고까지 비난하였다. 과연 이런 성토와 비난이 타당한가? 우리의 노동법은 임금, 고용 모든 면에서 이미 취업한 근로자(인사이더)에게 매우 유리하고 직장을 찾고 있는 미래의 근로자(아웃사이더)에게 매우 불리하다. 기득권자인 노동조합원 입장에서 볼 때 백해무익한 노동개혁에 동의하라는 것은 노동조합에게 존재 자체를 부정하라는 것이다.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와 타협으로 노동개혁의 합의에 도달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일지 모르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17년간 노사정위원회 운영의 결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순기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합의주의(corporatism)를 배격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corpus)로 보는 것이다. 세포가 모여 조직을 이루고 조직이 모여 한 유기체를 형성하듯이, 개인이 기능적 동질성에 따라 협동체를 이루고 협동체가 모여 사회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협동체인 노조의 대표와 고용자 연합체의 대표 그리고 정부의 대표가 모여 원칙을 무시하고 무엇이든지 합의에 의해 결정할 수 있는 場(venue)을 제공하는 것이 노사정위원회이다. 사회적 합의주의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의사는 사회의 목적 또는 협동체의 결정에 의해 억압되거나 제한되므로, 사회적 합의주의의 귀결은 전체주의이며 하이예크 말한 개인의 자유가 억압받는 “예종에의 길(road to serfdom)”이다.

이 협상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노총, 경총 등 사적 이익집단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결정의 주체라는 것이다. 국가의 공적 영역과 사적 자치의 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국가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두 영역이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권혁철 2015). 이것은 마치 축구 경기에서 양 팀의 선수 대표와 심판이 어우러져서 판정을 하는 것과 같다. 더욱이 그 대표도 진정한 의미의 대표가 아니다. 누가 이런 경기에 돈을 내고 관전하겠는가? 우리 국민은 노사정위원회에 연 42억원의 예산, 청사, 파견인력 등의 기회비용을 지불하면서 허망한 결과를 보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기를 또 관전하도록 한국노총 등을 독려하여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에 개혁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진배없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조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 그 과도한 힘의 발휘를 억제하여 노조가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조가 개혁의 대상인데,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개혁의 주체가 되는 주객전도의(preposterous)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지난 10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과해고 선제 적용, 사무실 강제폐쇄 등 공무원 노조 탄압 대응 투쟁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중남 공무원노조 비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노동탄압과 노동개혁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월 15일의 노사정합의는 가장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독자적인 노동개혁을 원천적으로 봉쇄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화하고 노사정위원회의 범주를 확장하며 노조의 권한을 강화한, 노조의 완벽한 승리이다. 노조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면서 합의문 곳곳에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라는 문구나 이와 유사한 문구가 있다. 앞으로 노총은 실태조사 등 충분한 협의를 이유로 각종 회피 및 독소조항을 만들거나 지연시켜 노동개혁을 형해화(形骸化)하려고 할 것이다. 여당은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기다리면서 직무유기를 위장할(camouflage) 것이다. 벌써 권성동의원은 “노사정 간에 충분한 논의를 하고 실태조사를 해서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국회에 넘어왔을 때 분란이 없을 것”(뉴시스 2015. 9. 14)이라고 노사정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 합의 때문에 제대로 된 기간제법 및 파견법 개정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지난 1년 동안 협의하고 또 한다고 하니 “Enough is enough” 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정규재칼럼(한국경제신문 2015. 9. 15)은 “협의하기로 합의했다는 합의문”이라고 비꼬았다. 이와 같이 노사정위원회는 태생적으로 합의를 명분으로 노동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개혁의 첫 단추는 노사정위원회의 형해화 내지 폐지이다.

노사정위원회의 대화와 타협과 같은 “도덕적 설득(moral suasion)”으로는 사회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명확하게 판명된 지금 우리는 어떤 원칙에 따라 사회를 운영할 것인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시장에 의해 견제되고 조화를 이루는 시장경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노사갈등 사업장에 대한 입장”(2015. 9. 11)이라는 자료에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한국델파이 등 임금 및 근로조건이 우수한 대기업의 노사갈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노사가 다투기보다 서로 힘을 합쳐 경쟁력 제고를 하라고 도덕적 설득을 하였다. 적법한 노사분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도덕적 설득을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런 우려스러운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제시한 노동개혁 과제인 대체근로가 인정되었다면 최고의 직장인 현대자동차에서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될 수 있었을까? 아마 파업을 들먹이는 노조 집행부를 몰아내고 회사 경쟁력 제고에 힘쓰는 집행부를 선출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 사회의 운영 원리와 정부의 역할은 자명해진다. 정부는 공정성 원칙이 잘 작동하도록 대체근로와 같은 법・제도를 정비하고 민간은 사적 자치에 따라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에는 근로소득 상위 10% 안의 임직원은 임금인상분을 반납하여 그것을 재원으로 청년 채용을 확대하고 비정규직・협력기업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합의주의의 전형이다. 제3자인 노사정이 근로자 임금의 일부를 빼앗고 그 사용처까지 명령하고 있다. 이와 같이 노사정위원회는 법과 원칙 없이 마음대로 무엇이든지 결정하는 것으로 반자유주의적이고 반시장적이다.

더욱이 이것을 경총이 제안했다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도대체 경총은 어떤 이념을 가진 집단인가? 노사정합의와 관련해서 고용부장관과 노사정위원장은 원칙 고수보다도 합의 자체가 더 중요하지만 경총회장이야말로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총회장이 최악의 합의문에 동의했다는 것에 대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합의문에 서명한 날(9월 15일) “노사정합의에 대한 경제계 입장”에서 경총회장을 포함한 경제 5단체장은 입법청원 계획을 밝히면서 “이번 합의 과정에 성실히 동참한 것은 노사정이 합의를 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며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의 이념적 정체성을 점검해 봐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청년일자리 펀드를 조성할 것을 지시했다는 대목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이렇게 후진적인가하는 자괴감에 사로잡혔다. 한국이 아프리카에 어디에 있는 부족국가인가?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개혁을 원한다면 전문가에게 개혁안의 성안을 일임하고 성안이 되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노사정의 타협을 기다리다가는 엉뚱한 괴물이 나오거나 결렬되면서 개혁저항세력의 내성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독일의 하르츠개혁은 2002년 2월 22일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되었다. 이 위원회는 독일 경총, 전경련, 노총, 야당, 여당인 사민당의 전통세력, 노동부를 모두 배제하고 15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Gaskarth 2014, p. 13). 불과 10개월만에 개혁안의 확정 및 입법화가 진행되어 2003년 1월 1일 첫 번째와 두 번째 하르츠개혁이 시행되었다. 네 번째 하르츠개혁은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그해 가을 하르츠개혁을 주도한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은 선거에서 져 정권을 내주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개혁을 노사정의 타협에 미루는 것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최근 영국의 노동개혁도 노사정 타협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집권당인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이 이끌고 있으며, 특히 경제, 혁신, 노동(business, innovation, and skills)을 통합하여 책임지고 있는 경제부 장관(business secretary: Sajid Javid)이 주도하고 있다.

   
▲ 중국발 환율전쟁에 내수 부진과 수출 악화로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노동개혁은 강성노조와 노사정 타협의 모순에 발목 잡힌 채 한 치 진전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각국은 법・제도라는 유인체계(incentive schemes)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는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노사정위원회라는 원칙과 현실에 안 맞는 기구를 통해 노동관련 유인체계를 짜려고 하고 있다.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세계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전면적인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은 지나갔다. 정부와 여당은 파급효과가 가장 크고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위의 세 가지 개정(three point amendment)을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노사정 합의에 의한 노동개혁을 시도할 바에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더 낫다. 특히 노동개혁은 영국의 대처개혁이나 독일의 하르츠개혁처럼 국가적 위기에나 가능하다. 또는 지금 영국의 캐머론 총리와 같이 뛰어난 정치가만이 국민을 설득하여 위기 전에 선제적으로 노동개혁을 할 수 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몽펠르랭소사이어티 회원

1)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기조는 판사의 재량권을 크게 인정하는 사법적 적극주의(judicial activism)이므로 기업이 결정을 할 때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법적 보수주의(judicial conservatism, judicial restraint)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2) 공정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내용은 최저임금, 초과근로급여, 기록, 아동・훈련생・학생・장애인의 근로기준 등으로 간단하다.

3) 출처: http://www.flsa.com/coverage.html

4) 이 세 조건이 다 충족되어야 면제 근로자(exempt employees)가 된다. 더 구체적인 조건들은 미국 노동부령(FLSA Regulations)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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