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올해 5월 서울 강동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나 안방 침대와 가재도구가 탔다. 사람이 자고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사고였다. 소방당국 조사에서 화재 원인은 스마트폰 배터리 폭발로 밝혀졌다.
이보다 한 달 앞서 서울 강남구 한 빌라에서도 스마트폰 배터리가 폭발, 침대 등을 태워 재산피해를 냈다.
두 화재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피해 가정 모두 애완견을 기르고 있었다.
29일 서울소방재난본부 동대문소방서 소속 임성태 소방위 등 화재조사관의 '스마트폰 배터리 화재위험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스마트폰 배터리는 애완견의 이빨과 같은 뾰족한 물체로 압력을 주면 쉽게 손상돼 폭발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소방서 화재조사관들은 이번 연구에서 스마트폰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리튬이온전지 배터리로 폭발 실험을 했다.
위의 두 화재 사례에서 착안, 개의 이빨과 유사한 모양의 나사못을 고정한 도구를 만들고 이 도구로 스마트폰 배터리 외부에 2㎜ 깊이로 반복적인 압력을 가했다.
완전히 충전됐거나 충전 중인 배터리의 경우 3∼4회 만에 내부에서 발열이 생기고 배터리가 점차 부풀어올라 불꽃이 방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발열부터 불꽃 방출까지는 수십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뾰족한 물체로 배터리 외부에서 압력을 가하면 내부에 양극과 음극을 분리한 막이 손상되거나 압력으로 양극과 음극이 서로 맞닿게 되면서 발열이 되고 팽창, 폭발에 이르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스마트폰 배터리에 400도까지 열을 가하는 고온가열실험에서는 27분 후 외형이 부풀기는 했으나 불꽃이 생기지 않았다.
또 소금물을 이용해 전기합선을 일으키는 실험에서는 별다른 외형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여름철 자동차 내부(70∼90도), 찜질방(40∼60도)에 배터리를 방치하거나 충전 중 합선에 의해서는 배터리 폭발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개의 이빨과 같이 뾰족한 물체로 압력을 받을 때 쉽게 폭발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동구와 강남구의 화재 사례에서도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배터리 감정 결과와 당시 정황 등을 근거로 애완견이 배터리를 물어 내부가 가열돼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화재원인을 추정했다.
임성태 소방위는 "자신이 사용하는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화재 등 치명적인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취급·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애완견을 기르는 가정에서는 배터리를 아무 데나 방치해 불이 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 소방위는 또 "시중 스마트폰 배터리에 표시된 취급주의사항은 이러한 위험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크기도 너무 작다"면서 "암호처럼 돼 있는 배터리 그림문자(픽토그램)를 누구나 알기 쉽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민안전처가 이달 26∼27일 부산에서 개최한 '제6회 전국 화재조사 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