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경직성 부른 정규직 과보호 근로기준법부터 수술해야
지난 20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의 ‘대한민국 구조개혁, 원칙을 세우다’ 정책심포지엄이 열렸다.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의 개회사로 열린 정책심포지엄은 제 1세션 ‘노동 교육 개혁 원칙은 무엇인가’와 제 2세션 ‘금융 규제 개혁 원칙은 무엇인가’, 제 3세션 ‘공공 정치 개혁 원칙은 무엇인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은 노동개혁 성공의 필수 조건, 교육개혁의 원칙, 금융개혁의 대상 및 방향, 경제규제의 현실과 그 과제, 공공기관 재정건전성을 중심으로 한 공공개혁 원칙, 정치개혁의 과제와 방안에 관하여 심도 있는 토의를 나눴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하이에크, 미제스, 밀턴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사상 및 시장경제에 관한 연구와 학술 활동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자유주의 고양과 시장경제 창달을 설립 취지로 하는 학회다. 1999년 설립된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이를 위해 경제학은 물론 철학, 법학, 정치학, 행정학 등 모든 학제를 종합하여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교육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래 글은 20일 열린 정책심포지엄 제 1세션에서 패널로 나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I. 머리말

통계청이 2015년 3월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률이 2월보다 1.9% 포인트 상승한 11.1%를 기록했으며,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7월(11.5%)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더욱이 15세부터 25세까지는 대부분이 학생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노동가능인구 26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실업률은 통계보다 3-4배 높은 30%내지 40%에 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노동개혁의 목적은 노동시장유연성을 제고해야 하고, 이 목적이 달성되면 청년실업문제는 비교적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박기성 교수님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 노동개혁은 이 300만명의 과보호를 완화하고 그 외 1,600만명 임금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매년 수십만명씩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s)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제안하신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노동시장 정책과 관련하여 정규직 고용경직성은 변함없는 채 임시직에 대한 고용규제를 강화하여 임시직의 고용보호를 실현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규제와 관련하여 정부는 “기간제근로자 보호강화”, “정리해고 규제강화”, “60세 정년보장” 등을 통하여 정규직 보호에 치중한 법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 결과 박 교수님이 지적하신대로 해고관련 경직적인 법규제가 생산성 증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며, 정규직의 과보호가 노동시장에서 임시직의 비중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 왔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변화의 모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6월부터 정부와 여당은 노동시장유연성 제고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노동시장유연성 방안을 제시하여 보고자 한다.

II. 노동개혁안 내용

지난 6월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부문도 30대 기업, 중점관리 대상 사업장 500여 곳에 임금피크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청년층의 신규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 피크제 적용 장년 근로자와 청년 근로자 2명 당 중소기업은 1천 80만 원,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540만 원씩 2년간 지원한다고 한다.

또한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대⋅중소기업간 근로격차를 줄여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왼쪽부터 문병호, 장하나, 이인영, 은수미 의원)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노동개혁 5개 법안 중 3개 법안에 대한 심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사진=미디어펜

비정규직 문제도 이번 노동개혁안에 포함시키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용역근로자에 대한 보호지침 이행 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계는 임금피크제가 정규직의 월급을 빼앗아 기업에 이익을 주는 조치라며 정부 주도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강행될 경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청년고용 실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었으며, 이 중 63만명은 취직을 한 번도 못해본 미취업자라고 한다. 그나마 취직한 청년들도 졸업 후 평균 11개월이 지나야 직장을 찾았지만, 재직기간이 1년 반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노동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III. 노동개혁 성공방안

1. 노동 관련법 개정

이미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이 3% 전후로 고착화되면서 신규일자리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청년실업 해소방안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난 2013년 5월 일명 “60세 정년법”으로 불리는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을 개정하여 당장 내년부터는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이, 그리고 후년부터는 300명 미만 사업장이 근로자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여야 한다 (법 제19조). 물론, 정년 60세 보장 시 임금체계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임금피크제의 시행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법 제19조의2).

이는 임금피크제 적용여부는 전적으로 각 사업장의 임금협상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이미 노동계에서 반응하였듯이 임금피크제 실시를 법으로 명문화하지 않는 이상 이번 정부노동개혁안이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이미 정부지원이 이뤄져도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1000인 미만이 근무하는 업체 중 87.6%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300인 미만의 상시근로자가 근무하는 업체 중 73.9%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한 점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이는 아무리 정부가 노동개혁안을 마련하고 정부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임금피크제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한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 민노총은 ‘재벌천국 노동지옥 빈곤철폐’를 화두로 삼으며 정의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떠들지만, 뒤로는 자식에게 일자리를 세습하고 청년일자리에 대한 양보는 없는 등 귀족노조의 추태를 부린다. 사진은 지난 4월 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위원회의 타협을 거부하며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 마이크를 들고 있는 이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60세 정년법이 아직 시행되기도 전에 이를 개정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여러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동개혁안이 성공하기 위하여는 임금피크제를 입법적으로 강행하는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임금피크제를 보완할 수 있도록 일명 비정규직법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본다. 즉, 2007년 시행되어 아직도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일명 비정규직법이라 불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 약칭: 기간제법 )”을 개정하여 기간제근로자의 근로기간 2년을 최소한 5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박교수님의 의견처럼 해고의 요건도 완화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은 해고의 일반적 제한으로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7조 1항). 무엇이 ‘정당한 이유’인가에 관하여는 동법(同法)에 구체적 규정이 없으나, 그 일반적 내용은 해당 근로자와의 근로관계의 유지를 사용자에게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이유를 말한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는 당연무효이며, 동시에 사용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07조)이 적용된다. 그리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때에는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 요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즉, 정리해고시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 또는 노조에 50일 이전에 통보한 후 40일이 경과해야 해고가 가능하지만 일본은 하루 만에 정리해고가 가능하다. 따라서 해고의 요건을 완화하여 노동시장의 진입과 퇴출이 좀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 중국발 환율전쟁에 내수 부진과 수출 악화로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노동개혁은 강성노조와 노사정 타협의 모순에 발목 잡힌 채 한 치 진전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IV. 결어

박근혜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발표한 임금피크제 중심의 노동개혁안은 2016년 1월 1일 시행예정인 “60세 정년법”을 보건대 시기적으로 그 실효성 확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관련법의 개정없이는 이번 노동개혁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현 정부와 정치권은 총력을 다하여 노동관련법 개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에 추가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여 점차적으로 비정규직의 일자리가 증가하고 정규직의 일자리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도록 유도하는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정리해고 요건도 일본 수준으로 완화하여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청년실업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