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장기 내전 상태인 리비아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 2000∼3000명이 활동하며 세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알카에다 및 연계단체에 대한 제재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은 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보고서는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쌓은 '악명'을 기반으로 리비아 내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을 누르고 급부상하면서 명백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벵가지와 데르나에서 활동하는 안사르 알샤리아는 IS가 리비아에 침투해 들어온 뒤 세력이 약해졌다"고 전했다. 조직원들이 IS로 전향하거나 IS와의 교전에서 사망한 것이 주된 이유다.
보고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IS가 지중해를 낀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해 리비아를 '중계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라크와 시리아가 주 근거지인 IS가 중동 외부로 세력을 넓히는 데 리비아를 교두보이자 일종의 허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패널들은 보고서에서 "IS 지도부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소위 '칼리프 국가'를 확장하는 데에 리비아를 가장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리비아 내 IS가 IS 지도부에서 직접 지원과 지시를 받는 유일한 외부 연계단체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IS 리비아 지부는 중동에서 활동했던 리비아 출신 IS 대원 800명이 지난해 귀국해 만든 것으로, IS 지도부는 주기적으로 리비아에 대표단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패널들은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IS가 아직은 리비아 내 여러 세력 가운데 하나이고 적지 않은 저항에 직면하고 있으며, 현지 세력과 연대를 구축·유지하는 데에도 애를 먹고 있다면서 IS의 위협을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리비아 정부 관계자는 지난 2월 북부 요충지 시르테를 장악한 IS가 동쪽으로 진군, 벵가지와 시르테 사이에 있는 유전 지대 아지다비야를 공략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바아 정부 측은 이를 막기 위해 1일 아지다비야 일대를 공습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계 반군 정부와 동부 토브루크로 피신한 비 이슬람계 주축의 과도정부 간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러 무장조직이 봉기해 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IS는 이를 틈타 세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IS가 리비아로 확장을 가속하는 것은 정작 본거지인 시리아 일대에서 내세워온 '국가 수립'을 현실화하는 데 한계에 이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의 IS 장악 지역에서 탈출한 난민들과의 인터뷰를 인용, 칼리프 국가를 선언한 IS가 실제 국가로서 기능은 하지 못하고 정부보다는 범죄조직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S는 세력권 내 주민들에게 의료, 교육 등 한 국가의 정부로서 담당해야 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전문인력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난민들은 증언했다.
IS의 수도 격인 락까에서는 의사가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도피해 병원 문을 닫고 있으며, 남자 의사가 여자 환자를 돌보는 것을 금지해 어떤 지역에서는 여자들이 진료를 받기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최근 시리아 동부를 탈출한 한 약사는 전했다.
IS는 이런 공백을 메우려고 높은 급료를 주면서 인력을 구하려고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이슬람주의 정책과 잔혹한 처형, 무거운 세금, 계속되는 공습으로 주민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IS에 충성하는 조직원들이 관련 자격이나 기술이 없는데도 주요 요직을 차지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어떤 마을에서는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사람이 의료서비스 책임자가 됐고 대추야자를 팔던 상인이 석유 시설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고 난민들은 전했다.
천연가스 관련 시설에서 일하다 탈출한 한 기술자는 "공공서비스 지원이 중요한데 IS는 그럴 능력이 없다"며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실제로 나오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