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글로벌 금융시장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에 대한 실망으로 크게 흔들렸다. 유럽의 주가와 채권 가격은 급락했고, 유로화는 폭등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0959달러까지 치솟았다. 하루 등락폭으로는 3%를 웃돌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전날 종가인 99.992에서 급락한 97.776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는 폭락했다.
독일 DAX30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는 모두 3.6%가량 하락했고, 영국 FTSE지수도 2.3% 급락했다. 유럽을 대표하는 스톡스 유럽600지수도 3.1% 밀렸다. 이는 하루 낙폭으로는 8월24일 이후 최대였다.
유로존 국채 가격도 급락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18%포인트 오른 0.65%를 기록했다.
남유럽 국채 가격의 낙폭은 더욱 컸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2%포인트 이상 급등해 독일 국채금리와의 차이는 더욱 확대됐다.
미국 증시도 실망감에 동반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1.42%, 1.44%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도 1.67% 떨어졌다.
ING 디바의 카르스텐 브르체스키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를 '산타 마리오'에 비유하며 "산타 마리오가 '그린치(크리스마스를 망치는 악당)'로 돌변하진 않았지만, 많은 시장 참여자들을 크리스마스 이브 때 기대 이하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실망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런던의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폴 램버트 외환담당 부장은 "ECB는 그동안 시장을 이해하고,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아는 기관이라는 명성을 얻어왔다"며 그러나 "그러한 명성은 오늘로써 완전히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ECB는 통화정책회의 후 예금금리를 현행 -0.20%에서 -0.30%로 0.10%포인트 내리고, 양적완화 프로그램 시행 시한을 적어도 오는 2017년 3월로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만기 채권에 상응하는 원금분을 재투자하고, 국채뿐 아니라 특정 지역이나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도 매입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금금리의 인하 폭이 예상 수준의 하단이고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추로 인하하지 않았고, 월 매입 양적 완화 규모도 동결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특히 드라기 ECB 총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가 부양책 시행 가능성을 시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부양책 규모가 시장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10월 이후 ECB의 부양책 기대로 유로화가 이미 5% 이상 하락세를 보이는 등 시장에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된 점도 이날 실망감을 키웠다.
유럽증시는 그동안 ECB의 부양책 기대에 10월 말 이후 11%가량 올랐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는 "결국 ECB가 크게 실망감을 안겼다"라며 "이는 드라기의 임기 중에는 보기 드문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는 "지난 몇 주간 대규모 유로 매도 포지션을 쌓아온 시장에 타격을 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