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낙뢰 포함 모든 가능성 열어 놓고 수사"

[미디어펜=이상일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소방관 1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해대교 교량 케이블 화재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가 5일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케이블 설치 공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화재 신고 접수 뒤 한국도로공사 등이 적절한 조처를 했는지 여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도로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사고가 발생한 서해대교 2주탑 주변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불에 탄 케이블을 수거하는 등 정밀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현장 점검 결과 낙뢰로 인해 교량 케이블에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시작된 곳이 지상 80m 높이의 교량 케이블 중간 부분이어서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데다 케이블에 전기 시설 등이 없어 화재로 연결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끊어진 지름 280㎜의 교량 케이블 단면과 불에 탄 모습을 정밀 분석하는 등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케이블 절단면을 정밀 분석하면 낙뢰로 끊어진 것인지, 화재에 의한 고온으로 끊어진 것이지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만 화재 당시 서해대교 인근에 낙뢰가 없었다는 기상청 발표와 관련해 낙뢰 발생 후 화재로 연결되는 시간 등에 대해 전문가 조언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화재 7시간 전인 지난 3일 오전 11시께 서해대교 인근에서 수차례의 낙뢰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사고 당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에 사고 현장 주변 CCTV 녹화 영상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대교에는 2∼3㎞마다 CCTV가 설치돼 있다. 이와 함께 교량 케이블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이 당초 설계대로 설치됐는지 등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 측은 서해대교에 피뢰침 4개가 설치됐음에도 낙뢰가 피뢰침이 아닌 교량 케이블에 맞아 화재가 났다고 주장하는 만큼 피뢰침이 규정에 따라 제대로 설치됐는지 등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조만간 교량 케이블 시공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 서해대교 화재현장 잔해 분석…화재원인 본격 조사. 경찰은 "낙뢰 포함 모든 가능성 열어 놓고 수사"./사진=평택해경 제공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화재원인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낙뢰 가능성이 커보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일 오후 6시 10분께 충남 당진시 서해대교 목포 방향 2번 주탑 교량 케이블에서 불이 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3시간 30분 만에 꺼졌다. 이 화재로 케이블이 끊어져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평택소방서 이병곤 포승안전센터장(54·소방경)이 순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