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지난 2013년 인터넷으로 처음 남편 B씨(45) 만난 A씨(38)는 자신이 8번째 결혼 피해자임을 알고 남편을 상대로 “결혼을 아예 무효로 돌리고 위자료를 달라”고 맞불 소송을 냈다.

B씨는 결혼 후 집에 들어오지 않고, 간 질환을 앓고 있다며 돈을 요구했다.  A씨가 돈이 없다고 하면 폭언을 하는 등 결혼 후 남편의 행동은 이상해졌다. 결국 B씨는 결혼 석 달 만에 연락을 끊고 이혼을 요구했다.

소송을 준비하던 A씨는 남편이 5번의 이혼과 2번의 혼인 무효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 무효 소송을 냈으나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함께 혼인 신고를 할 만큼 본인도 혼인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6일 남편이 오로지 돈을 편취할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을 파기하고 A씨가 낸 혼인 무효 청구를 받아들였다.

B씨는 A씨를 만나기 4년 전에도 인터넷으로 만난 여성과 한 달 만에 결혼해 1억 8000만원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때도 외국계 증권사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했으며 유죄 판결 후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여성들을 울렸다. A씨는 8번째 피해자였다.

재판부는 "함께 혼인신고를 했지만 이는 남편의 의도를 알지 못한 채 한 것"이라며 "남편에게는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남편으로부터 실제 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고려해 A씨가 요구한 위자료 2000만원 중 500만원만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