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탈당 사태로 인한 분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중재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24일에도 똑부러진 결론은 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23일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이 자신을 포함한 지도부 2선 후퇴와 조기 선대위 구성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내놓자 일단 수용 의사를 피력한 상태다.
하지만 탈당을 고심중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중재안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문 대표 사퇴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마치 각종 중재안이 오가는 속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탈당으로 귀결된 안철수 의원 사례의 데자뷰라는 말까지 나온다. 연이어 중재안을 내놓은 중진의원들의 체면도 많이 구겨진 모습이다.
특히 전날 중재안이 언론에 공개된 후 문 대표가 ▲추가 탈당이 없을 것 ▲공천이 혁신위의 '공천혁신안'대로 실천될 것이라는 담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난기류가 형성되는 듯했다.
이 와중에 문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주류를 겨냥해 "당을 흔드는 행동을 즉각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설령 좀 작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글까지 올렸다.
비주류의 연쇄탈당으로 인해 분당으로 치닫는 상황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정면승부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혀 당은 또 한 차례 술렁거렸다.
하지만 문 대표는 김 전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의 탈당을 막아달라는 호소였다며 조기 선대위 수용 입장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문 대표는 공천혁신안 실천을 요구한 것에 대해 "공천은 공천혁신안의 시스템대로 가는 것이고, 선대위는 시스템 공천을 관리하는 권한을 갖는다. 선대위가 공천권을 갖는 것처럼 보도돼 그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추가 탈당이 없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에 대해 "탈당을 막기 위해 그런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현 상황에서 키는 김 전 대표가 쥐고 있는 모양새다. 문 대표가 중재안 수용 입장을 밝힌 이상 김 전 대표의 결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건 다들 생각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지도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안철수 의원을 포함해 외부 신당세력까지 통합해야 하는데 문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는 이상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뜻으로, 문 대표가 명목상 대표직을 유지하는 중재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전 원내대표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의 사퇴 없는 수습은 감동이 없다"며 재차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페이스북 글에서는 "당신 뜻을 안 따른다고 분열을 부추기는 사람으로, 또한 작은 당으로라도 운운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은 이제 전방위로 김 전 대표 설득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중진인 정세균 상임고문, 초선의 김기식 의원은 이날 김 전 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해 탈당을 만류했다.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은 오는 27일 오후 의원간담회를 소집해 문 대표와 김 전 대표의 중재안 수용을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재선인 우상호 의원은 "문 대표가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면서 공론을 모아달라고 했으니 간담회에서는 집단 결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주류 의원들은 여전히 문 대표의 사퇴만이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구당(救黨)모임' 간사인 노웅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재안이 해결책이 될 수 없는데, 문 대표는 그마저도 조건을 붙여 뒤집어버렸다"며 "깨끗이 상황을 인정하고 백의종군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당모임은 전날 밤 이종걸 원내대표가 참석한 회동에서도 이런 인식을 공유했다.
비주류 주승용 의원의 탈당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는 "1월8일까지 예정된 의정보고회가 끝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 현재 탈당하라는 여론이 많고 또 그런 여론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지역민심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 탈당에 무게를 실었다.
비주류 김희철 전 의원은 "진정한 변화를 거부하는 새정치연합에 남아있는 것은 오만과 독선 뿐"이라며 "서울 관악을 권리당원 2천여명과 함께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전날 안 의원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