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필리핀에서 이달 20일 피살된 한국인 50대 사업가는 동거녀가 옆에 있는 가운데 총알을 무려 6발이나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 사건의 조기 해결과 필리핀 경찰과의 공조 수사를 위해 경찰 창설 이래 최초로 현지에 파견된 우리 수사팀의 과학수사 결과 이 사건은 이처럼 잔인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사건은 현지시간으로 20일 새벽 1시30분께 발생했다. 필리핀 바탕가스주 말바르시에서 건설업을 하는 교민 조모(57)씨의 기숙사 건축현장 임시 숙소에 필리핀인으로 구성된 4인조 복면 괴한이 침입했다.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온 이들 가운데 2명은 소음기를 장착한 45구경 권총을, 다른 한 명은 22구경 소총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먼저 침실로 들어가 조씨의 입을 막은 뒤 손발을 끈으로 묶었다. 옆에 있던 현지인 동거녀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방에서 잠을 자던 가정부도 끈으로 묶어 제압했다. 가정부 옆에는 태어난 지 8개월 된 조씨의 아들도 있었다.

괴한들은 먼저 돈을 요구했고, 피해자들은 1만 페소(우리 돈 약 25만원)를 건넸다. 괴한들은 이뿐 아니라 집을 뒤져 전기밥솥 등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차에 실었다.

하지만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괴한 한 명이 다시 집으로 들어와 권총으로 조씨를 난사했다.

조씨가 난사 당할 때 동거녀도 있었지만, 괴한은 동거녀에게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라"라고만 한 뒤 총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건 개요는 범죄분석 전문가로 파견 수사팀 일원인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소속 이상경 경사가 목격자·유족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작성한 범행 재구성 결과 드러났다. 모든 범행에 걸린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경사는 이뿐만 아니라 괴한들이 범행 전후에 보인 행동과 범행현장의 위치, 범행 시간을 자세히 분석해 이 사건이 단순 강도살인일 가능성뿐만 아니라 계획적인 청부살인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범인 가운데 한 명이 현장을 떠나려다 다시 들어와 조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점, 다른 피해자들은 살해하지 않은 점 등이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조씨가 7∼8년간 별거 중인 현지인 전 부인과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 분할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나 조씨가 사업을 하면서 복수의 현지인과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점 등도 청부살인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인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경찰은 조씨를 쏜 괴한이 평소 한국인에 반감을 품고 있어 충동적으로 살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단순 강도살인에 무게를 두던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청부살인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해 수사가 그쪽으로도 이뤄질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한 것이지 청부살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용의자를 검거해야 사건의 성격이 명확히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