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규제 위선 버리고 '평등'보다 '차별'화로 성장 동력 찾아야
   
▲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미디어펜 회장

경제 살리는 쉽고도 명쾌한 해법 있다

대기업 규제하는 위선 버리고 성공한 기업인을 영웅으로 만들라


정부는 지난 3년 가까이를 공공, 노동, 금융, 교육개혁을 경제성장 활력회복을 위한 중요한 개혁과제로 추진해 왔다. 아직 국회의 협조가 충분치 못하여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설령 이 개혁과제들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기업정책에 대한 대 전환이 없이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생산요소별로 개혁과제를 선정한 것으로 보이나 자본과 노동과 지식•기술 등의 생산요소시장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하는 기업부문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면 개혁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는 성장하는 기업의 투자는 억제하고 성장하지 않는 기업의 투자는 오히려 장려하는 성장역행적 기업정책을 균형성장이니 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견강부회해 왔다.

친(親)대기업 목소리내면 욕먹는 세상

한때 세계 최고의 중소기업육성성공사례라고 칭송되던 한국경제가 이제는 기업부문성장의 하향평준화 속에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앉은뱅이 경제로 전락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경제의 모든 문제가 여기에 연유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제 하루빨리 기업부문에 전면적인 투자자유화를 통해 치열한 성장경쟁의 새로운 시대를 열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회복은 요원한 일이다.

일자리 창출이 청년이든 중장년에게든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지만 진짜 일자리 창출의 당사자인 기업의 의견은 별로 중시하지 않는 듯하다. 일자리가 마치 정부가 만드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당사자인 기업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기업규제완화주장을 하면 무슨 재벌 앞잡이니 하여 망신을 주니 당사자인 기업의 구성원들이나 기업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기관들도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만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을 포함해서 지식인이라는 사람들도 마치 반대기업주장을 하고 친 중소기업주장을 해야 양심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여기고 또한 그렇게 행동하니,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 국민들은 헷갈리게 된다.

정치인들이야 말로 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대기업•중소기업 편을 갈라 표수가 많은 중소기업 편을 들 것이고 나아가 그게 옳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오늘날 한국경제에서 일자리창출을 위한 정책은“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균형발전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진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 박정희 대통령은 성공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함으로써 상공농사(商工農士)의 새 이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 간 우린 거꾸로 그것도 선진화,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가들을 폄하하고 사농공상의 계급사회를 재건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사진=미디어펜

중소기업을 키워야 선진국 된다는 엉터리 주장

그러니 정부의 개혁과제에도 경쟁력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투자활동을 획기적으로 자유화하여 성장을 더더욱 장려하고, 중소기업정책도 보호위주에서 탈피하여 성과에 따른 차별적 지원으로 성장유인을 강화하자는 정책은 눈을 씻어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랬다가는 정부마저도 대기업, 재벌 앞잡이라 할 것이고 중소기업보호를 포기했다고 비난 받을 것이니 일찌감치 알아서 슬며시 접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의 경제정책은 무엇을 해왔던가? 개발연대의 소위 친재벌정책-이것은 틀린 해석이다. 사실은 친 중소기업육성정책으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을 청산하여 중소기업 중심의 보호육성정책을 해야 선진국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고 믿고 실천해온 것이 아니었던가? 앵무새처럼 대기업규제하고 중소기업 육성한다고 온갖 정책을 다 동원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오늘날 원하는 선진국은 고사하고 저성장과 소위 양극화에 직면하게 된 것이 아닌가? 원치도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결과를 앞에 놓고도 또 똑같은 앵무새 소리를 하고 있어도 괜찮은 것인가? 대한민국의 지식인 사회도 정치권도 심지어 정부도 모두 청맹과니처럼 사회정의, 평등이라는 이념의 도그마에 빠져 인기만 쫓고 있는 사이 한국경제의 일자리창출 주체들인 성장하던 기업들은 해외로 아니면 성장의 유인을 잃고 사리지고 새로운 성장기업들은 더 자라나지 않는 중소기업천국인“앉은뱅이 경제”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모든 청년들을 대졸자로 만들어 놓고 일자리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은 다 청산대상이라 내몰고 있으니 어떻게 비전 높은 젊은 세대가 원하는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들의 성장신화를 정책적으로 못 만들어내면서 대졸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에 가라는 말은 평생 좀비기업에서 썩으라는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음을 왜 모를까.

성장하는 능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차별적 지원정책도 없이 모두를 하향 평준화시키는 획일적 금융지원정책으로 좀비 중소기업들을 양산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를 대기업들이 차단한다고 대기업 탓하는 소리는 기업이 자선사업이라도 하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임을 왜 모를까.

과감하게 기업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고 일자리창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길은 없어 보인다. 일자리는 투자할 능력이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법이다. 아마 투자할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야 균형발전이 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철석 같이 믿는 사회정의파에겐 섭섭한 얘기지만 그런 주장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의 투자가 늘어야 자연스레 다른 중소기업, 서비스업 부문 등 내수 온 분야에 유발수요를 통해 투자가 확대되고 일자리가 연쇄적으로 느는 법이다. 대기업이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하나도 늘리지 않는 기술투자를 하더라도 관련 부품 중소기업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여 전 경제에 연쇄적 투자와 일자리를 이끌어내는 법이다.

그런데도 대기업 투자는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안 되니 중소기업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는 바보 같은 소리가 심지어 국정책임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더구나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더 많이 하게 해야 한다는 소리는 경제이치에 안 맞을 뿐만 아니라 또 그렇게 할 해법도 없기 때문에, 결국은 은행을 비틀어 좀비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게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 결국은 더 많은 좀비기업을 양산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 정치인들이야 말로 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대기업•중소기업 편을 갈라 표수가 많은 중소기업 편을 들 것이고 나아가 그게 옳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오늘날 한국경제에서 일자리창출을 위한 정책은“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균형발전도 할 수 있다”는 곡학아세가 난무한다./사진=미디어펜

국민경제 성장은 기업성장에서 온다는 자명한 진리

70-80%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하청기업인 한국경제의 구조 속에서 원청 기업의 수요도 없는데 중소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을 확대한다고 중소기업들만 잘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투자환경의 악화로 지난 십 수 년에 걸쳐 투자에 소극적이 된 대기업들은 이제 흑자부문으로 전환되고, 기업투자와 일자리창출 정체로 소득원이 사라진 가계부문은 적자부문으로 전환되어 그 동안의 경제상식에 반하는 기이한 역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이제 가계부채가 다음의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투자 정체로 유발수요가 정체된 중소기업부문마저 덩달아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보다 역동적인 투자로 기업부문의 잉여가 자연스럽게 유발수요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각 각 중소기업부문과 가계부문으로 흘러 들어가야 함에도 겨우 생각하는 것이 대기업의 잉여를 그냥 서로 나눠 먹자는 식의 다분히 정치적이고 축소지향적 사고에 젖어있으니 중소기업의 어려움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풀릴 길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성장하는 기업들에 절대적 혹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줌으로써 기업들의 성장동기를 차단하는 특이한 기업 정책 체제를 유지해 왔다. 사실상 오늘날의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 분배 악화, 가계부채 증가 등, 한국경제의 많은 문제들이 거의 모두 이런 잘못된 기업정책에 연유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성장은 궁극적으로 기업성장에서 오는 것이며 기업부문의 성장동기가 약화되면 다른 무슨 정책을 써도 경제의 성장동력을 살릴 길은 없다. 이제라도 기업정책을 지금의 성장유인차단 정책에서 성장유인 극대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경제개혁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모든 역량을 기업부문의 경쟁제고를 통한 성장유인 강화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규모에 관계없이 능력과 성과위주의 기업지원정책을 통해 보다 많은 기업들이 안주하지 않고 역동적 성장•발전의 길로 나서도록 동기부여하는 새로운 기업정책 패러다임으로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의 기업의 크기, 사업 분야, 지역에 따른 정치화된 차별적 보호와 진입규제들을 완전히 걷어내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것만이 같아지지는 않지만 모두 번영하는 자본주의 경제 동반성장을 가능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 한때 세계 최고의 중소기업육성성공사례라고 칭송되던 한국경제가 이제는 기업부문성장의 하향평준화 속에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앉은뱅이 경제로 전락하고 있다. 차별화전략을 통해 대기업으로의 성장 인센티브를 다시금 되살려야 한다./사진=미디어펜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세계적인 대기업들을 육성시킨 박정희 대통령의 기업육성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정희는 오천 년도 더 되는 세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농경사회 계급이념 속에서 짓눌린 한민족의 기업가적 창조의 본능을 되살려내어 오늘날 세계를 호령하는 세계적인 한국기업들을 만들어내었다.

성공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함으로써 상공농사(商工農士)의 새 이념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 간 우린 거꾸로 그것도 선진화,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가들을 폄하하고 사농공상의 계급사회를 재건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다시 대기업을 일으키는 것이 국가번영에 기여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가문의 영광이 되는 상공농사의 실사구시적 국부창출의 새 사회이념을 구축하여야 젊은이들의 창업과 중소기업의 성장과 대기업의 세계시장개척을 역동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좋은 기업이 일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성공기업을 누구보다도 존중한 박정희 경제정책패러다임은 아직도 살아있는 경제학이다.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미디어펜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