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정신질환의 종류를 집대성하고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한 미국의 저명 정신의학자 로버트 스피처가 25일(이하 현지시간) 숨졌다. 향년 83세.
스피처는 시애틀의 요양시설에서 심장 질환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스피처는 그간 정신의학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정신질환 평가(assessment) 영역에 주목해 정신질환 증상과 행동을 진단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정신질환자를 두고도 의사마다 진단이 다른 경우가 많아 정신의학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스피처의 연구를 통해 정신의학 분야는 종전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게 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그는 주요 정신질환을 정리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3'(DSM-Ⅲ) 편찬에 참여했고, 1980년 이 책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또 50년 가까이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1980년부터 2001년까지 각종 주요 상을 받았다.
스피처의 행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1973년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한 일이다.
스피처는 동성애 옹호론자들과의 면담 후 연구를 거쳐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하고 '성적지향장애'(SOD)를 대신 추가했다.
성적지향장애는 동성애든 이성애든 자신의 성적지향이 심리적 고통을 일으키는 질환을 뜻한다.
1970년대까지 동성애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던 것을 고려하면 그의 결정은 동성애에 대한 인식 개선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피처는 한때 동성애를 교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2012년에는 이를 공개 사과했다.
동성애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잭 드레셔는 "오늘날 이뤄지는 동성 결혼은 모두 스피처에게 조금씩 빚을 진 셈"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