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한미FTA 협상전략이 빚은 오해…결국 국격 훼손·국민 상처 초래

한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그 사건, 광우뻥 선동2 : 광우뻥의 발생 과정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이 저런 행동을 했을까?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어린 학생들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줌마 부대, 사회 각계에서 똑똑하다는 소리 듣고 다니던 지식인 계층까지, 그 무엇이 저들을 광기로 몰아넣었을까? 그건 광우병에 대한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를 전파한 각종 매체들과 이를 한층 더 부풀려서 SF 소설에나 나올 법한 미래의 대재앙 생화학 병기로 묘사한 인터넷 탓이다. 웃을 준비들 하자. 왜? 지금부터 당시 광우병의 증상이랍시고 떠돌던 괴담들을 알아보려고 한다.

광우뻥의 증상:

일단 걸리면 100% 사망한다. 뇌에 구멍이 나서 고통스럽게 죽는다.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미치게 된다는 말도 있다. 나이 많은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잠복기는 10~50년이다. 게다가 한국인들에게 특히 많은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주로 걸린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전적으로도 광우병에 약한데다, 사골곰탕 같은 것을 자주 먹기 때문에 광우병에 더욱 취약하단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으려 해도 식당 등에 들어감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먹을 수 밖에 없고, 음식에 단 0.1g의 미국산 쇠고기만 들어가도 광우병에 걸리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굶지 않는 이상 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고 한다. 더군다나 화장품, 생리대, 기저귀를 통해서도 광우병에 걸린다. 미국산 광우병은 유별나서 물, 공기, 키스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섭씨 600도로 가열해서 고기를 먹어도 소용없고, 끓여먹거나 구워먹는다고 해서 광우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란다.1)

이렇게 무시무시한 미국산 쇠고기가 당장 우리나라 땅에 들어오게 생겼다는데, 사람들이 기겁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병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인류가 아직까지 생존해있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 사진은 2008년 7월 17일 제헌절에 열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청계광장 촛불집회 전경.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대책회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서 “국민 여론은 미 쇠고기의 전면 재협상인 만큼 정부는 헌법정신에 따라 이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미국에서는 연간 1천만 마리 이상의 소를 도축한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으로는? 글쎄. 광우뻥을 외치던 사람들의 말마따나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다만 확실한 것은, 이미 광우병의 발생과정과 전염경로가 과학적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광우병 발생과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강구되고 있다는 것이다.2)

2008년 온 나라가 광우병이라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난리법석이 났을 때에도 이러한 팩트들은 전세계적 상식에 속하는 것이었다. 아니, 정정하자. “미국에서는 자기 나라에서 나온 쇠고기를 먹고 죽은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자국민들에게는 더 이상 안 먹이고 한국인들한테 억지로 먹이게 한다”는 헛소리를 믿은 어린 학생들도 많으니 '일반적인’ 상식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다만, 관련 분야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당연한 과학적 상식이었다. 자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점, 위에서 살펴본 저런 황당무계한 괴담이 어떻게 사람들의 상식을 뒤엎고 대중들의 의식을 지배할 수 있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살펴봐야 한다.

한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그 사건, 광우뻥 선동3 : 노무현 정부의 협상카드

이명박 정부 때의 촛불시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노 전 대통령이 나오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광우병에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대중의 의식 속에 광우병이라는 위험존재가 처음 각인된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 때였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를 협상카드로 사용하며 생긴 일이었다.

2003년 12월, 한국에 수입된 외국산 쇠고기의 절반 이상, 쇠고기 총 소비량의 40% 이상을 수출하던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 이는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였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당시 언론의 반응은 무난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광우병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소개하는 수준의 보도에 그쳤으며, 지나친 공포는 불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겨레에서 소 부위 중 병원체가 머무르기 쉬운 '특정위험물질(SRM)’에 관해 소개하며, “SRM을 제외한 살코기에는 변형 프리온(광우병의 병원체)이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광우병 발생 국가에서도 살코기는 유통된다”고 보도하며 '쇠고기 먹어도 괜찮다’는 식의 글을 썼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이 한겨레가 훗날 미국산 쇠고기가 그렇게 무서운 것이라고 줄기차게 보도했던 그 한겨레다. 얼마 이후, 광우병에 걸린 소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소였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여론은 진정된다. 그러나 수입중지 조치는 풀리지 않은 채 유지된다.

2005년 6월 한국, 미국 간의 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한 사전작업의 일부였다.3) 이에 좌익언론은 미국에서 광우병 '의심’ 소가 발견됐다는 소식4)을 전하며 미국산 쇠고기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사설과 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사실 좌익 쪽이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달가울 리가 없으니 어떻게든 물을 흐리려는 게 당연하다.

   
▲ 광우병에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대중의 의식 속에 광우병이라는 위험존재가 처음 각인된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 때였다. 이는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를 협상카드로 사용하며 생긴 일이었다. 사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7월 11일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방문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같은 해 10월, 마침내 미국은 노무현 정부의 FTA 협상 제의에 비공식적으로 선결조건들을 제시했다. 스크린쿼터, 의약품 등에 대한 시장개방과 쇠고기 문제의 해결이었다. 말하자면 이러한 영역들에 부당한 무역장벽을 허묾으로써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식품안전 문제’에 해당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가 급격히 정치화되게 된다. 미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가 “극히 안전한 식품에 부당한 무역장벽을 세우는 것”이었고,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쇠고기 협상이 “미국을 한미 FTA에 비준하게 만들 협상카드”였던 것이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택한 이 전략이 스스로를 진퇴양난의 코너로 몰아넣었다는 점이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시점에서, 쇠고기 수입을 협상카드로 쓰게 되면 식품의 안전성 여부를 놓고 협상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생각해보자. 만일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공식적’으로 결론내릴 경우, 노무현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허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왜? 안전하다고 정부의 입장에서 인정해버린 순간 수입을 거부할 이유가 사라지니까. 그렇다고 '안전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쇠고기 수입을 협상카드로 쓰려면, 언젠가는 수입을 재개해야 하는데, 안전성을 문제로 수입을 거부하다가 협상을 통해서 수입위생규정을 완화해버리면 자국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국민건강을 팔아먹은 것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대놓고,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지 않다!’고 할 수도 없었다(그럴 과학적 근거도 없었고).

이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노무현 정부는 '너네 쇠고기가 완전히 안전한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애매모호한 이유로 수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부시 미 대통령은 국민, 축산업 사업자, 의회 등으로부터 강력한 정치적 압력을 받게 된다. '우리들은 아무 문제없이 먹는데, 왜 한국인들은 안전하지 않다는 거야? 우리가 먹는 걸 쟤들은 못 먹겠대?’ 따라서 미 정부는 우리나라 측에 계속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부의 이 자승자박은 결국 오해의 소지를 만들어냈다. 한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미국이 위험한 쇠고기를 한국에 강요하고 있고, 노무현 정부는 이에 굴복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지 않다’는 과학적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이런 측면 때문에 쇠고기 협상 반대 여론이 스멀스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쇠고기 협상이 결렬되면 한미 FTA도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던 FTA 반대론자(주로 반미 좌익 세력들)들이 특히 그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쇠고기 수입 건을 미국이 FTA에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협상카드로 사용하면서 국민들의 의식 저변에 오해와 의심을 남겨버린 것이다. /우원재 리버티포스트 전 편집장, 자유기고가

   
▲ 사진은 자유경제원이 2015년 4월 9일 베스트웨스턴 서울가든호텔 릴리홀에서 개원18주년 기념으로 주최한 특별 토론회 <광우병 사태, 그 후 7년 ‘천민민주주의’에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전경. 토론회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이 광우병 관련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1) 광우병 촛불시위 추적보고서 거짓과 광기의 100일”, 시대정신, 홍성기 외 3, 2009

2) 광우병 촛불시위 추적보고서 거짓과 광기의 100일”, 시대정신, 홍성기 외 3, 2009

3) “노회찬, '한미 FTA는 한미 재계와 미국 정부의 압력’ 주장”, <민중언론 참세상>, 2006. 7. 13.

4) '뼈의 고지’, “광우병 촛불시위 추적보고서 거짓과 광기의 100일”, 시대정신, 2009.

 

(이 글은 자유경제원 청년함성 '우원재의 청년일기'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