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C 캡처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사회의 만류와 시아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2일(현지시간) 사형을 강행한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키르 알님르의 범죄 사실은 폭동을 선동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아랍의 봄'이 확산하던 2011년 시아파가 주로 거주하는 사우디 동부 지역에서 알사우드 왕가의 세습 왕정을 비판하면서 직접 선거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우디 동부의 시아파 지역을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시아파가 과반인 바레인과 합병해야 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연설로 사우디 정부의 신경을 거슬렀다.

이 과정에서 시아파 주민과 사우디 군경이 물리적인 충돌을 빚었고 주동자로 지목된 알님르는 2012년 7월 체포된다.

사우디 정부는 그의 혐의를 설명하면서 2011∼2012년 시아파의 시위를 정부를 전복하려는 '폭동'으로 규정했을 뿐 아니라 '외부 세력'과의 결탁을 거론했다.

이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우디가 언급한 외부 세력이 시아파 맹주 이란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우디 내무부는 또 2일 낸 성명에서 "처형된 사형수들은 타크피리(이단·시아파) 사상을 품고 사우디 군경, 경제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을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를 불안케 하는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배후 세력으로 지목해 종파 프레임으로 규정한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은 수니와 시아의 중심축으로서 종파적 라이벌일 뿐 아니라 중동 내 정치·외교·군사적 패권을 다투는 앙숙으로 사사건건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4년 10월 알님르가 사우디 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을 때부터 이란이 수차례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알카에다 테러리스트와 함께 사우디가 그를 처형하고 대외에 공개한 것은 이란에 밀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란이 7월 미국 등 서방과 역사적인 핵협상을 타결하고 러시아와 손잡고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사태의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사우디의 입지가 좁아진 게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유가 급락으로 보조금을 축소할 정도로 사우디의 오일머니도 말라가고 있다. 국유화한 원유 수익은 알사우드 왕가의 안정과 권위를 떠받치는 기반이다.

이번 알님르의 처형을 두고 미국까지 부정적인 관점을 보이자 중동 수니파 진영에선 사우디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같은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을 비롯해 파키스탄은 "이슬람을 보호하려는 사우디의 대테러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수니파의 최고 종교기관인 이집트 알아즈하르 대학의 성직자 파우지 알자프라프는 "사우디 정부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신의 법을 적용했다"면서 사우디 편에 섰다.

사우디 최대 영자지 아랍뉴스는 3일 사설에서 "이번 테러리스트 47명 처형은 수년에 걸쳐 증거에 입각한 독립된 형사소송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며 알님르가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에 반박했다.

사우디 최고 종교지도자(카비르 무프티)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셰이크도 3일 이에 대해 "이번 처형은 사우디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했고 샤리아(이슬람율법)에 따랐다"며 "그들(사형수)은 사우디 사회를 불안케 하고 테러리즘을 퍼뜨리는 중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