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후폭풍 마이너스프리미엄에 신규 분양 연기 속출
[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치열한 청약경쟁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실거래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가 속출, 신규 분양단지는 분양가 책정에 골몰하고 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전선에 한랭기류가 감돌면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인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떨어지는 소위 ‘마이너스 프리미엄’단지가 줄을 잇는 데 이어 분양성적을 자신하지 못하는 신규 분양단지가 잇따라 분양일정을 늦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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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의 '아현역 푸르지오'(왼쪽)와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의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조감도 |
현대산업개발의 ‘마포한강 아이파크’는 분양시점을 지난해 10월에서 두 차례 연기, 이달로 잡았으나 이마저 불확실하다. 현대산업개발 측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변수가 많아 분양 일을 공지한 적 없다”고 답했다.
▲ 신규 분양 분양가 갈등에 일정 잇딴 연기
GS건설의 ‘신반포자이’도 지난해 11월 예정에서 이달로 두 차례나 늦췄다.
분양 관계자들은 “견본주택 보수 및 개선 등 문제도 있지만 특히 조합 측과 성공분양을 위한 분양가 조율이 늦춰지면서 시점을 연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GS건설 측은 신반포자이 분양가를 사실상 3.3㎡당 4300만원 안팎으로 잠정 결정하고 협상을 하고 있지만 조합 측은 앞서 분양한 반포 푸르지오 써밋(3.3㎡당 4040만원)과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3.3㎡당 4240만원) 보다 높은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할 것으로 요구중이다.
▲ 전국 곳곳 ‘마이너스 프리미엄’ 속출
분양시장에 온기가 사라지면서 미분양을 빚을 소지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합은 조합원의 분담금을 낮추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높이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건설사는 시장이 수용가능한 분양가로 하향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조합을 설득 중이다.
분양가를 높일 경우 조합 입주권이 매물로 나와 일반분양성적이 저조할 것을 우려한 데다 분양권이 분양가를 밑도는 분양은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분양가를 밑도는 단지가 속출 중이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아현역 푸르지오’는 분양 당시 3.3㎡당 평균 2040만원(인근 시세 1340만원)에 책정됐으나 현재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최고 청약률 141.36대 1(‘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3차’)을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보였던 경기도 화성 동탄2 신도시에서도 분양가보다 낮은 분양권이 거래 중이다. ‘신안인스빌 리베라 1차’의 전용 101㎡의 분양가는 4억6000만~4억7000만 원대였다. 현재 이 아파트는 4억5000만 원 이하에서 시세가 형성 중이다.
동탄2 신도시 현지의 D 부동산 관계자는 “미분양분을 투자자들이 여러 채씩 사들였으나 잔금납부 마감을 앞두고 물량을 쏟아내 가격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분양 당시에도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세다는 평이 자자했다”고 귀띔했다.
분양광풍의 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부터 집값이 크게 상승해 눈길을 끈 대구 역시 동구의 ‘각산 서한이다음’ 단지가 분양가(전용 84㎡ 기준 3억3580만원)보다 1500만~2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중이다. 1순위 청약서 최고 경쟁률 158대 1까지 기록했던 단지였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A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대구 각산 서한이다음’ 미분양분이 저층 60가구 정도 남았다”며 “작년 9월 분양 당시 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쇄도했으나 중도금이 유이자인데다 시장이 얼어붙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평했다.
▲ 고가분양 후유증 미분양사태 뒷수습 골몰
분양열기를 틈타 고가 분양했다가 미분양에 시세마저 분양가보다 떨어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단지는 사후 대책마련에 골몰 중이다.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는 지난해 11월 고분양가(전용 84㎡ 기준 3.3㎡당 4476만원) 논란 속에서도 평균 12.32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마감됐으나 미분양 사태를 빚었다.
조합은 최근 중도금 이자후불제를 무이자로 변경하기로 했다. 오븐·식기세척기·김치냉장고 등 유상 옵션도 무상으로 전환, 계약자들에게 3000만~4000만 원 가량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반포동의 S 부동산 관계자는 “1월 현재 해당 단지의 계약률이 30%대에 머물고 있다”며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가 될 확률이 높다”고 귀띔했다.
수도권 상당수의 분양단지는 고가 분양의 후유증으로 시세가 분양가를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감정원은 최근 ‘주택시장 주요이슈 분석’을 통해 수도권의 분양권 거래가격이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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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시장에 한랭전선이 엄습,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가 속출 중이다. 고분양가의 후폭풍이다. 신규 분양단지도 미분양을 우려. 적정 분양가 책정에 골몰하면서 분양일정을 늦추는 중이다. |
서울은 2013년 6억9800만원(전용면적 85㎡ 기준)이었던 분양권이 지난해 기준 6억19000만원으로 7900만원이 하락했으며 인천과 경기는 각각 4억500만원에서 3억7900만원, 3억5500만원에서 3억4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의 이유로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이미 지난해 ‘과잉공급’ 우려가 있었던 만큼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다”며 “시장이 관망세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 분양단지뿐만 아니라 신규 분양예정단지도 분양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단지 출회에도 불구, 수요기반이 탄탄한 서울 강남권 등지에 신규 분양단지의 분양가나 조정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초구 ‘신반포자이’와 같은 강남권 프리미엄급 분양단지의 경우 분양가 하향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이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데다 조합원들이 기대에 반하는 분양가를 책정할 경우 분란 소지가 많아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