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응답하라! 중국”.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틀이 지난 8일까지 한국과 중국 국방부 간에 설치된 ‘군사핫라인’은 먹통상태다. 한·중 군사핫라인은 북한과 관련한 돌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각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1일 개통됐지만 핵실험이라는 위중한 사태 앞에서 정작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북방송 재개 등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은 장고중이다. 중국 정부의 진짜 속내는 뭘까?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 핵실험 직후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 측에게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핫라인 통화를 요청했지만 중국 측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한·중 정상회담 개최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등으로 구축해 온 한·중 밀착외교가 중요한 순간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핵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그런데도 한·중간 통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7일 워싱턴 국무부 기자실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를 브리핑하며 “중국의 특별한 대북접근법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지난 60년간 지속된 중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내비쳐 대북제재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8일 “윤병세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간 예정돼 있던 통화가 중국 측 사정으로 연기되었고, 이후 상호 일정 조정이 되면서 오늘 오후 7시에 통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고심이 읽히는 부분이다. 윤 장관은 북핵 사태 직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는 6일 저녁, 케리 장관과는 7일 새벽에 통화했다. 정작 군사핫라인 설치 일주일도 안돼 불통이 중국과 대비된다.

   
▲ 응답하라! 중국”.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틀이 지난 8일까지 한국과 중국 국방부 간에 설치된 ‘군사핫라인’은 먹통상태다. 한·중 군사핫라인은 북한과 관련한 돌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각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1일 개통됐지만 핵실험이라는 위중한 사태 앞에서 정작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북방송 재개 등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은 장고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당일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며 북한을 비판했다. 관영언론들도 일제히 북한 비판에 나섰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핵무력은 국가적 운명을 변화 시킬 수 없다’는 사설을 통해 북한이 핵무력을 주축으로 하는 기형적 안보정책으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관영 데일리 차이나도 ‘북한이 지역을 위협하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환구시보가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핵실험과 관련 유엔 안보리가 추진중인 대북제재에 대해 중국인 10명 가운데 8명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행 중인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4309명 중 82%인 3545명이 대북 제재를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북한의 핵 무장은 중국에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거나 "북한의 핵무장을 방임한다면 후환은 끝이 없을 것"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불만과 쏟아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를 위해서는 중국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유일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다. 중국은 북한 교역의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 석유 수입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다. 대북 제재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노골적인 대북 비판과 함께 향후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왕 부장에게 ‘이제는 평소처럼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제재에 성공하려면 미국혼자만으로는 안되며 중국은 교역중단 등을 포함한 북한 정권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역할론을 주장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다소 냉랭해진 측면이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 가장 가까운 우방이며 유일한 친구”라며 “국제사회 안정과 평화를 위해 중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나온 중국 외교부 성명은 이전보다 확실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게 되면 중국 당국이 입장을 쉽게 확정짓기 어려운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는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전화통화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등 중국과 전방위 접촉이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핵실험 바로 다음날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잇달아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일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나선 것과 확실히 대조된다.

중국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중국 경사론’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려 속에서도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톈안먼 망루 외교’를 펼친 것에 대해 중국이 응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제는 중국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대중국 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진짜 속내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중국의 민낯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