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정부 "위안부할머니 등에 비수꽂은 것"부터 참회해야

[미디어펜=이서영기자] 2003년 6월 8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소속 위안부 할머니들은 나눔의 집 숙소를 나서려다 발길을 돌렸다. 나눔의 집에서 외부와 연결된 진입로가 파헤쳐지고 덤프트럭과 굴삭기가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을 마치고 성남공항으로 귀국하는 시간에 맞춰 항의시위를 시도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외출이 막혀 사실상 가택연금당했다.

노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임기 중에는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공식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7월 22일 두 번째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로 위안부문제를 회피했다. 명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간의 신한일파트너십 선언을 파기하고 싶지 않다는 논리였다.

노 전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거나 또 쟁점화하는 것을 가급적이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일간의 새로운 미래,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를 갖고 계속해서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 등은 양국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할 뿐이며, 양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공식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분노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귀국길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로 했으나 이를 원천봉쇄시켰다. 노무현 정권의 사실상 2인자였던 문재인 대표가 위안부 협상을 놓고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일 열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 모습. /사진=미디어펜
노대통령은 일왕 아키히토를 예방하고, 일왕이 타는 차량에 동승해서 양국 관심사를 논의할 정도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위안부할머니들은 노대통령을 규탄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노대통령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심지어 정대협은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이냐? 아니면 일본인들의 대통령이냐?”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노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노무현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아니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2005년 8월 26일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이총리 주재로 열린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관련 민관합동공동위원회>는 위안부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고 했다. 노무현정부는 일본정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협상을 벌이지 않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박근혜대통령 대국민담화와 관련해서 반박하는 서면담화문을 내놓았다. 문대표는 이날 서면담화에서 한일간 위안부합의는 무효라고 생뚱맞은 비난을 가했다. 박대통령이 극우성향의 아베총리와의 3년여간의 끈질긴 소신과 원칙으로 도출해온 합의문에 대해 부끄럽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문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무현정부의 사실상 2인자였다. 노무현정부를 상징하는 인물이 이제와서 박근혜대통령의 위안부 협상 타결에 대해 무효, 부끄럽다는 등의 극단적인 반대목소리를 내는 것은 철면피한 것이다. 노무현정부야말로 일본과의 협상을 통해 위안부들의 한을 풀어주는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정부는 한일정상회담 때마다 고상하게 21세기 미래를 향해 양국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문재인대표는 박근혜대통령의 중요한 치적인 위안부합의안에 대해 이런 비난을 할 자격이 없다.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 노무현정부는 왜 위안부 문제를 도외시했는지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 위안부문제에 대해 협상도 하지 않은 것에 항의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성남공항에서 항의시위를 하지 못하게 가택연금까지 시킨 것에 대해서도 참회해야 한다.

노무현-고이즈미간 한일정상회담 전 위안부 할머니들은 “우리들은 우리들의 대통령을 믿습니다. 우리의 기대를 이번 일본 방문에서 꼭 이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당시 생존했던 이옥선 할머니는 주한 일본대사관앞 수요집회(2003년 5월 28일)를 통해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읽었다. 이 할머니는 “일정부가 우리에게 사회하고 배상하라고 요구해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노무현정부는 이런 위안부 할머니들의 간절한 바람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위안부 문제가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

박근혜대통령은 아베총리와의 협상을 통해 기념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아베가 내각총리 대신 자격으로 위안부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아베는 이어 10억엔의 배상금을 내놓겠다고 했다. 당시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할머니들의 희망이 반영된 성과물이다. 거듭 말하지만 문 대표는 한일 위안부 합의안에 대해 삿대질할 자격이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도 문대표의 이중적인 행태를 꿰뚫어봐야 한다.

이번 합의문은 박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었다. 박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기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한명이라도 생전에 명예를 회복하도록 노심초사했다. 아베총리에 대해선 단호한 원칙과 소신으로 관철시켰다. 한일간 갈등이 불거지는 것도 감수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양국 경제협력 및 인적교류 등에서 손해를 입고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위해 분투했다.

원칙을 견지한 박근혜정부에 대해 아베정부는 한국과 이념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기존 입장까지 바꿀 정도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일본이 이런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위안부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면서 비롯된 것이었다. 박대통령은 아베와의 샅바싸움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문재인 대표의 정치공세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반성이 없는 비난은 공허할 뿐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일황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위안부 고통을 덜어줄 생각을 하지 않은 것부터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