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금융 서비스업 종사자가 직장에서 집단따돌림을 경험한 비율이 높으며 피해자들은 이를 외부에 알리기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집단따돌림은 직장에서 개인 근로자에게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조직 구성원들이 모욕·위협·처벌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부정적, 공격적 행동을 일방적, 반복적, 지속적으로 가함으로써 직장 내에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고 악화하는 상황을 말한다.

17일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2015년 12월)에 실은 '직장 내 집단따돌림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문화와 반 따돌림 대처의 효과'란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교수는 서울과 경기지역의 의료·교육·금융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부장급 이하의 기혼남녀 근로자 307명(4개 병·의원 105명, 6개 초·중학교 88명, 12개 은행·보험사·농협·신협 114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집단따돌림 경험 정도를 측정했다.

유 교수는 이를 위해 최근 6개월간 '인격 모독을 당하거나 불쾌한 말을 들었는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압력을 받았는지' 등 22개 문항으로 된 설문지를 돌려 5점 척도의 점수(전혀 경험하지 않음 0점, 가끔 경험 1점, 매달 경험 2점, 매주 경험 3점, 매일 경험 4점)를 매기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결과, 이런 조작적 정의에 따른 직장 내 집단따돌림을 당한 '조작적 경험 비율'은 전체 조사대상의 11.4%에 달했다.

업종별 종사자들이 겪은 집단따돌림 경험 비율을 살펴보면, 금융서비스업이 16.7%로 의료서비스업(8.6%)과 교육서비스업(8.0%)보다 2배 정도 높았다.

하지만, 최근 6개월간 직장 내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었는지 직설적으로 물어본 결과, 사실대로 응답한 '주관적 경험 비율'은 5.9%에 불과해 조작적 경험 비율에 견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직장 내 집단따돌림을 그대로 공개하지 않고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는 이유에 대해 윤 교수는 '소리 없는 전염' (Silent Epidemic)현상으로 설명했다.

즉, 직장 내 집단따돌림을 경험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면 직장 내 말썽꾼으로 찍혀 희생양이 되는 등 사태가 더 악화할 것을 두려워해서 집단따돌림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또 전체 조사대상의 66.4%는 자신이 속한 직장이 직장 내 집단따돌림에 대해 가담자를 명확하게 조치하거나 관련정책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방지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등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