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PC방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인터넷서 사기도박을 벌여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7일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은 사기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악성코드 제작자이자 사기도박 총책인 이모(36)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전(前) 총책 양모(35)씨를 쫓는 한편 이씨의 작업장에서 이른바 '선수'로 불리며 사기도박에 가담한 이모(38)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명 사립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하고서 16년간 프로그래머로 일한 이씨는 IT분야 벤처 사업가이기도 한 양씨와 함께 도박사이트 이용자의 패를 볼 수 있는 악성코드를 제작해 이를 전국 PC방 7459곳의 컴퓨터 46만6430대에 심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2년 1월부터 최근까지 인천에 작업장 2곳을 마련해 '선수'들을 모집하고서 도박사이트 이용자의 패가 보이는 화면 정보를 실시간으로 중계 서버를 통해 보면서 사기도박을 벌여 4년간 4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씨가 만든 악성코드는 파일로 컴퓨터에 저장되는 형태가 아니어서 컴퓨터 백신을 가동해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PC방 컴퓨터가 개인 PC만큼 철저히 관리되지 않고 PC방에서 도박사이트에 접속한 사람들은 잠시 이용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사기 당한 것을 알기 어려운 점 등을 노려 PC방 컴퓨터를 범행 도구로 삼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수익금은 4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피해자가 PC방에서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다 보니 몇 명이 얼마를 뜯겼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등과 함께 PC방 관리프로그램 악용에 공동 대처하는 한편 PC방 등 공개 장소의 컴퓨터를 노린 신종 악성코드 유포로 개인정보 유출, 파일 삭제, 공격용 좀비PC 감염 등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점검과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