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건강보험에서 요양기관에 진료비로 지급하는 비용이 급격히 늘어 경제성장 속도를 추월, 이대로 가면 건강보험 시스템이 지속되지 못하고 파탄이 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의료서비스 남용과 자원낭비만 가져와 의료비 증가를 부추기는 현행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건복지포럼(2015년 12월)에 실은 '환자중심 가치기반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급자 지불방식 개편 방향'이란 연구보고서에서 19일 이같이 밝혔다.

통계청의 2003~2014년 연도별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비교 자료를 보면, 2003년과 견줘 2014년 건보 진료비는 11년 사이에 2.7배나 증가했지만, GDP는 같은 기간 1.83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도별 증가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GDP는 2010년 9.9%에서 2011년 5.3%, 2012년 3.4%까지 감소하다가 2013년 3.8%, 2014년 3.9% 등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 진료비 증가율은 2009년 12.5%에서 2010년 10.7%, 2011년 5.5%, 2012년 4.7%까지 떨어졌다가 2013년 5.2%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4년에는 7.5%로 증가 폭이 더 커졌다.

강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한 건보 진료비 지불방식 하에서는 이런 진료비 증가를 막을 수 없다면서 합리적 수준에서 진료비를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지불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진료비 지불방식은 외래진료와 입원 서비스 모두 의료공급자가 제공하는 의료행위별로 일일이 가격을 매겨서 지급하는 이른바 행위별 수가제(Fee-for-Service)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의료행위 빈도가 높을수록 의료공급자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아지는 구조로, 이는 의료 접근성과 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고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유도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진료 성과와 무관하게 진료비를 보상해 주기에 의료공급자는 환자에게 편익 없는 의료를 과잉 제공하거나 거꾸로 감염병 관리 등 수익성이 낮은 의료행위는 아예 하지 않는 과소진료를 유발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과잉의료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행위별 수가제로는 좋은 건강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의료시스템 자체도 지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위별 수가제이외에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대부분이 시행하는 성과지불 보상제도와 진료비 정찰제, 인두제 등 포괄적 지불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