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어린이집에 가던 유아가 통학버스에 치여 숨졌더라도 평소 안전조치를 충분히 했다면 어린이집 원장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정모(50·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2013년 3월 자신이 운영하는 충북 청주의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세림이 사망사고'로 기소됐다. 김세림(당시 3세)양은 타고 내렸던 통학버스에 치여 숨졌다.

검찰은 정씨가 사고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하차 장소에 교사를 배치하고 교사들이 어린이들을 현관까지 데리고 들어가도록 할 주의의무를 저버렸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정씨의 책임을 인정해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정씨는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심은 정씨가 평소 인솔교사에게 어린이들의 등원을 모두 확인한 후 다음 차량에 탑승하도록 한 점, 회의 때 정기적으로 안전에 유의하도록 교육하고 운전기사에게도 안전운행을 당부하는 등 어린이들 안전에 각별히 신경쓴 점을 근거로 들었다.

2심은 "통학버스에 동승한 교사가 어린이집 안까지 인도해 어린이들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조치를 취한 이상 하차 장소에까지 반드시 교사를 배치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운전기사 정모(60)씨는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 인솔교사 김모(33)씨는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1심 형량이 확정됐다.

이 사고는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 이른바 '세림이법'의 계기가 됐다. 세림이법은 통학차량을 어린이 안전규정에 맞게 구조변경해 승인받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했다. 운전자와 어린이집 원장은 주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