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 '투모로우'가 떠오르는 이유, 소빙하기 및 지구온난화 동시 진행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지구에 찾아올 재난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코어를 탐사하던 중 이상변화를 발견하고 지구에 곧 닥칠 이상기후를 예상했다.

그는 국제회의에서 지구의 기온 하락에 대한 연구발표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다. 그의 주장은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게 되고 그로 인해 바닷물이 차가워지며 녹은 빙하들로 인해 해류의 흐름까지 바뀌게 되면 지구에 거대한 빙하기가 올 수 있다는 것.

   
▲ 절기상 대한(大寒)이자 수일째 강추위가 계속된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입구에 생긴 고드름이 추위를 실감케 하고 있다./연합뉴스
생각보다 빠른 속도의 이상기후는 국제회의장인 인도 뉴델리에 눈발이 날리면서 재앙을 예고했다. 일본에서는 우박이 떨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뉴욕에는 거대한 토네이도가 몰아치면서 모든 것을 앗아간다.

환경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과 방관이 결국 빙하기를 불어오게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세지를 던진 2004년작 재난영화 '투모로우'의 줄거리다.

최근 미국은 남부와 동부지역으로 북상 중인 겨울 폭풍에 두려워하고 있다. 워싱턴 DC 일대와 볼티모어에 기록적인 폭설과 강풍이 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상상태 선포 태세에 돌입했다.

22일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1월 미국 전역에서 한파와 폭설로 이상기후의 공포를 이미 체험한 바 있다. 통상 극지방에 머무는 한랭기류인 폴라보텍스(Polar Vortex)각 11월 중순 남하해 캐나다와 미국으로 접근하면서 기온이 하강했다. 워싱턴과 뉴욕 등 주요 지역은 최고와 최저기온 모두 장기 평균치를 하회한 가운데 중서부 최저기온이 화씨 30도대로 하락했다. 중서부 이남 상당지역에서는 폭설이 발생했다. 미 정부는 폐쇄를 선언했다.

폴라보텍스란 북극지역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소용돌이 현태로 회전하는 대형 한랭기류를 말한다. 보통 온도, 기압분포에 따라 축소와 확장을 하지만 대체로 이를 둘러싼 제트기류로 인해 북극지역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제트기류가 약화될 경우 폴라보텍스가 극지방에서 남하해 해당지역의 기온을 크게 낮추게 된다.

한파는 미국 경제의 주요 부문에 타격을 줬다. 민간소비와 기업투자, 생산은 크게 위축됐다. 한파 영향으로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신뢰지수는 4분기 미 정부 폐쇄 여파와 겹치면서 다음해 2월까지 70대에서 주춤됐다. ISM제조업지수는 직적 56~57에서 다음해 1월 51대로 급락했다. 고용시장은 견조 회복세에서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3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파 탓에 주택부문 고용도 크게 줄어든 가운데 투자와 거래도 급감했다. 12~1월 주택착공건수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주택가격도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올해 겨울도 미국의 한파와 폭설의 재연 여부가 관건이다. 한파로 인해 성장에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중국 증시의 급락, 저유가로 인해 경제의 암운이 드리워진 시점에서 한파에 따른 경제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경제 성장동력이 떨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

한반도도 이상 기후에 안전지대는 아니다. 온난화와 엘리뇨이 주범이다. 의외로 따스한 겨울날씨를 보이던 우리나라에 예고없이 한겨울 최강 한파가 절정을 치닫고 있다. 22일 현재 서울 기온은 영하 11도, 춘천 영하 15도, 대전 영하 11도 등 전국적으로 영하권으로 뚝 떨어졌다. 요 며칠 강원도의는 체감온도가 영하 45도까지 떨어지며 동장군의 매서운 맛을 보기도 했다. 한파주의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2004년작 재난영화 투모로우 이미지 캡쳐.
지난해는 기후 관측을 시작한 이후 136년만에 가장 뜨거웠던 해였다.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기준치인 20세기 평균 13.9도보다 0.9도 높아졌다.

한동안 직접적인 영향은 슈퍼엘리뇨가 동아시아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포근한 날씨를 보였는데 엘리뇨가 주춤하면서 북극 한파가 몰아쳐 맹추위로 이어진 것. 이 한파가 고기압을 형성했는데 벽처럼 형성돼 찬 공기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한반도에 머무르고 있는 까닭에서다.

IMF에 따르면, 최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예상했던 3.6%에서 3.4%로 0.2% 하향 조정했다. 중국경제의 성장둔화에 따른 전세계적인 무역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 저유가 지속 등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내외 변동성 파고에 우리나라 역시 당한 재간이 없다. 올해 마지막 골든타임의 해인 만큼 성장동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때 미국처럼 한파라는 강력한 괴물이 한반도를 덮친다면 더 어려운 형국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앞에서 지적했듯 영화 투모로우의 현실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발표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앞 맥스웰만의 수심 100미터에서 채취한 빙하 해양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현재 소 빙하기 시대라는 것.

말 그대로 평균 기온이 추워야 정상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 기후로 지구온난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소 빙하기에 걸맞는 추위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온난화가 억누르고 있으니 언제 터져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간의 욕심이 이상기후라는 괴물을 만들었고 인간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갑작스런 강력한 추위에 떨고 있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겨울 폭풍에 걱정이 많은 미국, 한파에 농작물 피해가 예상되는 유럽, 이 모두 영화 투모로우가 떠오르는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