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서울에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주거 약자인 저소득층의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 보증금을 내고 거주 중이었거나 혹은 전세 매물을 찾는 수요자들의 시름이 늘고 있다.

#1. 대학생 때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에서 전세를 구해 살던 홍모씨(32·여)는 최근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알려와 당황했다. 다행히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눈 끝에 반전세로 합의를 보았지만, 언제 다시 월세로 마음을 바꿀지 몰라 걱정하고 있다. 또 전에는 내지 않았어도 될 월세를 부담하게 돼 돈을 모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2. 이모씨(37)는 지방에서 서울로 일을 구하러 올라온 뒤로 이곳저곳으로 이사 다니느라 바쁘다. “전세 매물 자체를 찾기 어렵다”는 이씨는 “한 번은 부동산에서 전세로 소개받아 연락이 닿았는데, 그 사이 월세로 바꾼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마음에 사정했으나 집주인은 완강해 결국 그 집은 포기했다.

#3. 곧 유치원에 가야 할 어린 자녀를 둔 강모씨(40·여)는 전월세전환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돈이 꼬박꼬박 나가게 돼서 눈앞이 깜깜하다"고 한탄했다. 강씨는 자녀의 유치원 비용조차 부담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억원 이하의 전세보증금을 내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전월세전환율이 2억원 초과의 주택에 비해 많게는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중개업소에서는 월세 매물을 찾기 쉬운 반면 전세 매물은 희귀한 수준이 되었다./자료사진=미디어펜

1억원 이하의 보증금을 내는 주택의 전월세전환율이 8.0%로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보다 평균 3%p 높게 조사됐다.

1억원 이하의 전세보증금을 내는 아파트 역시 전환 이율이 7%에 버금가며 이는 2억원 초과 아파트의 5%대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전세보증금 수준에 따른 전환이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와 낮은 경제 성장률로 집주인이 임대소득을 극대화하기위해 전세의 월세 전환을 앞다투고 1억원 이하 보증금의 소규모 임대주택에 월세를 높이면서 결과적으로 저소득 주거 약자의 주거비 부담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봄 이사철이 오지도 않았는데 전세 계약이 끝나가니 월세로 바꾸겠다고 집주인이 통보해왛다는 하소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다고 알려와 재계약은 말도 못 해보고 설 명절을 앞두고 새로운 집을 찾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토로했다.

일례로 저소득층 주거 약자는 가령 1억원짜리 반전세로 전환할 때 5000만원 보증금에 연간 400만원(월 33만원)을 추가로 내야하는데, 2억원 보증금의 전세자가 반전세로 전환할 시 1억원에 400만원(월 33만원)으로 내는 것과 체감이 다르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생활이 어려운 1억원 이하 전세자는 2억원대 전월세자에 비해 생활이 더 빠듯해지며, 즉 전월세 전환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고통받는 계층은 주거 약자가 된다.

나아가 원룸 및 단칸방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경우 역시 막막하다. 이들 주택형의 주요 수요층인 저소득층은 그나마 돈을 모을 기회를 잃게 된다.

   
▲ 지난해 4분기 주택유형별․보증금수준별 전월세전환율을 살펴보면 전세보증금 수준에 따른 전환이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자료=서울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적으로 단독주택에서 저소득층의 비율이 57.6%로 가장 많았다. 주택유형별 전월세전환율 자료에서 보증금이 1억원 이하의 경우 단독·다가구의 전환율이 8.5%로 가장 컸다는 것을 감안하면 곧 저소득층이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월세로 전환되는 주택이 1억원 이하 단독·다가구에서 1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전세보증금이 거의 매매가격에 육박하면서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부담으로 반전세 전환이 가속화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는 하나, 시중 금리에 비해 월세 서민의 부담은 높은 편”이라며 “전월세 서민을 위한 법 개정을 건의하고 전월세 시장 모니터링을 꾸준히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