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한국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통틀어 믿기 힘든 내용과 결과였다.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를 연상케한 전반전. 경기의 70%를 지배하고도 후반 15분 사이 3골을 실점한 후반전, 2대3패배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30일(한국시간) 한국 일본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카타르 도하 레퀴야 스타디움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을 치뤘다.

   
▲ 신태용 감독은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축구 본선 진출이라는 업적을 기록했지만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전술적 완성과 체력보완, 선수들의 정신력 등 숙제를 떠안게 됐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숙명의 라이벌 매치로 여겨지는 한국 일본 축구대표팀의 경기인 만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신태용호는 전반 19분 권창훈(수원)의 골과 후반 2분 진성욱(인천)의 골로 두골차 리드를 앞세우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짓는 듯 보였다. 

특히 이날 우리나라는 전반전 일본에 단 한개의 유효슈팅도 허용하지 않으며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운영을 보였다. 신태용 감독은 첫 경기를 제외하고 선발 출전하지 못한 진성욱을 선발로 내세우며 파격적인 용병술을 보였다. 

이날 진성욱은 권창훈의 골 도움과 후반전 골로 1골 1도움을 기록, 단연 이날 승리를 거둔다면 최고의 수훈갑이었다.

후반전 진성욱의 골 이후에도 신태용호는 결정적인 찬스를 수차례 만들어내며 한국의 승리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 22분 일본의 아사노 다쿠마에게 역습을 허용해 한골을 내줬다. 이날 일본의 두번째 유효슈팅이 골로 연결돼는 순간이었다.

경기의 리드는 여전히 대표팀에게 있는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1분이 채 넘어가기도 전에 일본의 간결한 또 한번의 역습에 23분 야지마 신야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동점골을 허용한 뒤 일본은 이날 전반까지 제대로 된 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던 팀이 아니었다. 이후 우리나라 문전을 수차례 위협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장면이 연속으로 연출됐다. 결국 후반 36분 신태용호는 첫 골을 실점했던 아사노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믿기지 않는 역전패의 '미스테리'는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 실패와 냉정함을 잃은 선수단을 갈무리하지 못한 데 있다.

먼저 2골차 리드를 두고도 라인을 지나치게 끌어올린 전술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공겨과 미드필더, 수비간의 라인 간격을 촘촘히 해 일본을 전방에서부터 압박했다. 이는 전반전과 후반 20분대까지 일본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대표팀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체력 문제가 후반 20분이 지나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체력저하 문제는 이번대회 첫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부터 드러났던 문제다. 전반전의 과도한 압박에 후반막판에는 체력저하로 위기를 수없이 자처했다.

2골의 리드와 체력적 변수라는 점을 감안했어야 할 신태용 감독은 그러나 후반 초반 수차례 공격찬스에서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한 아쉬움을 접지 못하고 과도하게 수비라인을 끌어올렸다. 첫번째 골을 허용한 뒤 경기의 운영 속도를 조절하고 정상적인 운영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비를 하기도 전에 일본 대표팀으로부터 동점골을 허용한 대표팀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두번째 신태용 감독의 패인은 여기에 있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는 대회로 23세 이하의 선수들로만 구성된 대표팀이다. 성인대표팀에 비해서 정신력과 냉정함이 여물지 않은 나이다.

경기 운영 속도와 함께 상황을 냉정하게 이끌어갈 정신적인 면에서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에 신태용 감독이 선수단에 냉정함을 불어넣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한 신태용 감독의 업적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본선을 앞두고 선수단의 체력과 정신력, 고질적인 수비문제 해결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