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사진)이 최근 투자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 은행권에 엄중한 경고를 던졌다. 투자일임이 자산관리 업무인 만큼 은행권이 증권사 고유 영역의 침범하는 것은 금융업계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일 황 회장은 회장은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형인 ‘투자일임’ 상품을 판매했다가 손실이 나면 고객 민원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투자 일임업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고객이 투자 자산과 상품 등에 투자해달라며 맡긴 돈을 관리, 운용하는 금융투자업 고유의 업무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

지난달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ISA와 관련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 고객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에 투자일임업이 허용되면 증권사와 ISA의 차별성이 사라지게 된다.

이르면 내달 출시 예정인 ISA는 은행에서는 신탁형만 팔수 있고 증권사는 신탁형과 일임형을 다 취급할 수 있다. 고객과 일대일 계약을 하는 신탁형보다는 일임형이 상품 설명 의무나 홍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또 수탁액이 3억원이 넘는 고객만 ISA에 자사 예금 편입이 가능해 은행권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하 회장의 발언은 이 같은 은행권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이미 종합 금융자산관리서비스를 허용해줬기 때문에 은행의 수요는 충당이 됐다고 본다”며 “바젤3가 도입되면 은행들이 자기자본확충에 굉장히 많은 부담이 생긴다. 투자일임을 하게 되면 지금 바젤2도 그렇고 운용서포트를 위한 자기자본 요구사항이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대형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지주회사 단위에서 보면 실제 투자일임 업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이 투자일임형 ISA에까지 숟가락을 얹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다만 황 회장은 은행의 ISA 신탁 광고허용과 예금편입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동의했다.그는 “은행권도 광고는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금융투자업권에서는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가 은행권의 예금을 허용한다면 10%나 15%로 (비중을) 낮게 묶어놓는다는 전제하에 (은행의) 자사 예금 편입도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HSCEI) 폭락으로 인한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와 관련해서는 “당장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ELS 물량 중에 2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은 1조원 남짓이며 97%에 해당하는 H지수 ELS가 2년 후 만기가 오기 때문에 당장 손해가 나는 것은 아니고 만기 지수에 따라서는 녹인이 해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증권사 건전성에 영향을 받을 정도는 전혀 아니다”고 분석했다.

ELS와 관련해서도 은행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원금보장이 안되는 상품들은 증권회사 중심으로 팔고 원금보장되는 상품들은 은행해서 파는 게 좋다”며 “은행 스스로가 은행고객 성향들을 감안해서 원금이 보장되는 파생연계상품을 파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말 기준 H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4로, 지난 5년래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과거 자료를 보더라도 PBR 자체가 낮아져 있기 때문에 H지수의 저평가는 객관적 사실”이라며 “조기 환매나 패닉할 필요가 없다”고 다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