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타인 앞으로 온 택배 물품을 1억원어치 넘게 훔치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남의 집 대문 앞에 놓인 택배 물품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김모씨(33)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설 무렵인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송파, 경기 성남 일대를 돌며 폐쇄회로(CC)TV와 경비원이 없는 연립주택이나 빌라만 골라 약 560차례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인이 없어 택배 기사가 문 앞에 두고 간 물품을 노렸다.

김씨는 미리 봐둔 연립주택 꼭대기 층으로부터 1층으로 내려오며 택배 물품을 훔쳐 대중교통이나 자신의 오토바이에 싣고 달아났다.

훔친 장물은 한우 등 명절 선물부터 가전제품, 신발, 의류 등으로 다양했다. 김씨는 이 중 대부분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되팔아 생활비로 썼고 음식물은 자신이 먹어치웠다.

지방대 학부와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조경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재작년 하반기에 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땅한 수입 없이 생활고를 겪던 그는 지난해 2월 자택 근처 가정집에 배달된 명절 선물세트를 보고 갖고 싶은 욕심에 첫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범행이 계속됐지만 발각되지 않자 점점 대담해져 훔친 물건을 가방에 넣어 대중교통편으로 귀가하기도 했다. 범행 5개월째인 작년 6월엔 오토바이를 사 벽걸이TV와 전기밥솥처럼 부피가 큰 물품도 실어 날랐다.

경찰은 지난해 추석 무렵 명절 택배 선물이 사라졌다는 수 건의 신고를 받고 CCTV 분석과 잠복 끝에 이달 4일 김씨를 강남구 역삼동에서 붙잡았다.

검거 당일에도 그는 범행을 저질렀다. 홀로 살던 송파구의 옥탑방 안과 옥상, 계단 등에서 훔친 물건 500여 점을 발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김씨는 1500여만원을 220차례 입금받은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실제 범행 횟수가 훨씬 많았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