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누르자 앞차 간격 스스로 조절…넉넉한 뒷좌석 공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터널 속을 빠른 속도로 통과할 때에도 차량 내부에서는 소음을 감지하기가 어려웠다.

통상 고속으로 터널에 진입하면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차량의 주행 소음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데 EQ900은 달랐다. 실내 정숙성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지됐다.

   
▲ 제네시스 EQ900/미디어펜DB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제네시스' 브랜드로 도전장을 내면서 처음 선보인 최상위 모델 EQ900를 서울 광장동에서 강원도 남춘천까지 왕복 140㎞ 구간에서직접 체험해봤다.

차량에 올라 문을 닫는 순간 실내는 완벽에 가깝게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 됐다. 탁월한 정숙성의 비결은 3중으로 된 도어 실링(밀봉)장치와 두 겹으로 접합된 차음 유리 그리고 차체 바닥 전체에 적용된 커버 등이 결합된 기술력에 있었다.

작년 말 현대차에 영입돼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알베르트 비어만 부사장은 한국에 유난히 터널이 많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벤츠나 BMW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정숙성이 유지되는 차량을 만들자고 개발진을 독려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 개발진은 남양연구소에 인공터널까지 설치해 놓고 수없이 많은 시험을 통해 실내가 가장 조용한 차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 강력한 포스를 내뿜으며 주행중인 제네시스 EQ900/제네시스

올림픽대로를 지나 서울-춘천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액셀러레이터를 힘줘 밟자 EQ900은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순식간에 제한속도를 넘나들게 되어도 차체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운전자 앞유리에 투사되는 차량운행 정보장치(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주행속도가 시속 150㎞로 뜨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서둘러 속도를 줄였다.

핸들 오른쪽에 있는 '크루즈' 버튼을 누르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이 작동하며 차량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했다. 잠시 운전대에서 손을 떼어도 차선을 유지한 채 나아갔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알아서 감속하고 굽은 도로에서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스스로 운행을 했다. 정체구간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크게 줄여줄 장치라는 현대차 측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첨단 장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EQ900 개발진과 서울대 의대가 산학합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은 운전자가 키, 앉은키, 몸무게 등 체형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시트, 핸들, 아웃사이드 미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위치를 최적의 상태로 맞춰준다.

특히 뒷좌석은 항공기 1등석과 다를 바 없었다. 최고급 나파 가죽으로 된 시트에 앉으면 몸이 부드럽게 감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4개 방향으로 조절되는 시트의 전동기능은 뒷좌석을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변화시켜줬다.

   
▲ 제네시스 EQ900 뒷좌석/제네시스

뒷좌석 팔걸이 옆면에 있는 '프런트' 버튼을 누르면 조수석이 앞쪽으로 당겨지면서 접혀 뒷좌석에 앉아서도 앞유리를 통해 전방을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심지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발끝이 앞좌석에 닿지 않았다.

앞뒤 차축 간 거리, 즉 축거(휠베이스)가 기존 모델보다 115㎜ 늘어나다 보니 여유로운 실내 공간이 확보된 것이다.

다른 차량의 것보다 두 배쯤 커 보이는 12.3인치 대화면 와이드 내비게이션이나 전 세계 명품시계를 분석해 디자인했다는 아날로그 시계, 실내 곳곳을 감싸고 있는 우드 재질의 내장재는 최고급 세단 EQ900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자사의 기함(플래그십) 모델인 EQ900이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에 견줘 성능이나 사양에서 뒤질 게 없다고 자신한다. EQ900은 내년에 'G90'이라는 명칭으로 해외 시장에 데뷔한다.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에 글로벌 소비자들로부터 고급차의 대명사 중 하나로 인식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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