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미국의 '국민소설'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의 작가 하퍼 리가 18일(현지시간)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일 연합뉴스는 미국 출판사 하퍼콜린스를 인용해 하퍼 리가 고향인 앨러배마 주 몬로빌에서 이날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장례 일정도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하퍼콜린스는 "세상은 하퍼 리가 뛰어난 작가라는 사실은 알지만, 그녀가 유쾌함, 겸손, 친절을 갖춘 특출한 여성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며 "리는 책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고 밝혔다.
고인은 고향인 몬로빌과, 대학 졸업 후인 1950년대에 작품을 썼던 뉴욕 두 지역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는 1926년 4월 28일 변호사이자 주 의원을 지낸 아마사 콜맨 리의 4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집안에서는 '넬(Nelle)'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고향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다가 몽고메리의 헌팅턴 대학에 진학했으며, 1학년만 다니고 앨러배마 대학에 편입했다. 대학에서는 부친처럼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했으나 꿈은 작가였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채 1949년 뉴욕으로 이주한 그는 항공사 예약창구 직원으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작품인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의 대공황기인 1930년대 앨러배마의 한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사회상과 흑인 차별 실태를 어린 소녀의 눈으로 낱낱이 고발한 이 소설이었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7월 11일 정식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리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각급 학교마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자리매김했고, 1962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주연인 그레고리 펙에게 오스카상까지 안겼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40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20세기 미국인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의 반열에 들어가 있다. 1991년 미 의회 도서관의 조사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미국인의 삶에 가장 영향을 준 책으로 꼽혔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리는 인터뷰, 강연, 자신을 알리는 글쓰기를 통해 충실하게 작품을 홍보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인터뷰를 사절하기 시작하더니, 노년에는 자신의 작품이나 창작활동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언니의 병 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는 대중에게 거의 노출되지 않은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2007년 뇌졸중을 앓았지만,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그는 미 백악관에서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을 받으며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무렵 "이제 사람들은 풍요한 사회에서 랩톱 컴퓨터, 핸드폰, 아이팟, 그리고 빈 방 같은 공허한 마음을 갖고 산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책과 함께 느리게 살고 있다"는 글을 쓴 바 있다.
지난 해 리는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편 '파수꾼'(Go Set a Watchman)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1950년대에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집필됐지만, 내용은 20년 뒤 벌어지는 일을 다룬 속편 성격이었다. 이 작품은 출간과 함께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리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과시했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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