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승 하면 13억7500만원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인간과 컴퓨터의 세기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프로기사 이세돌(33)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규칙이 최종 확정됐다.

22일 한국기원과 구글 딥마인드는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 방식과 장소, 규칙 등을 발표했다.

인간의 두뇌가 앞서나, 컴퓨터의 계산력이 뛰어날까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이세돌과 구글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는 3월 9일(1국),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에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총 5판의 대국을 벌이기로 했다.

제한시간은 각각 2시간이며 이후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이번 대결의 우승자에게는 100만 달러(고정환율로 1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알파고가 승리할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이세돌 9단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11억원이 넘는다.

5판의 대결을 모두 치르는 조건의 대국료가 15만 달러(1억6500만원), 판당 승리 수당이 2만달러(5판 모두 승리시 10만 달러·1억1000만원)다.

이세돌 9단이 5판을 모두 이기면 총 13억7500만원을 받게 된다.

이세돌-알파고 대결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며 한국어와 영어로 공식 해설이 제공된다.

딥마인드는 바둑판 위에서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국하는 상황을 만들 예정이다.

하사비스 사장은 "서울에서 아마추어 바둑 6단인 개발자가 직접 둘 것"이라며 "이분이 바둑 대국 환경과 알파고를 다루는데 매우 익숙해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개발자는 실제 대국에서 알파고의 '손'과 '눈' 역할을 한다.

그는 모니터를 보면서 알파고가 원하는 자리에 바둑돌을 대신 놓고 이세돌 9단이 놓는 수를 컴퓨터에 입력해 알파고에게 알린다.

하사비스 사장은 대국의 상대로 이세돌 9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워낙 역사적인 대국이 될 것이기 때문에 최고 수준임이 오랜 기간 입증된 이세돈 9단을 지목했다"고 답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기존의 인공지능과는 다른 접근방식으로 초강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알파고는 고급 트리 검색과 심층 신경망을 결합한 것으로, 이 신경망은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와 같은 연결고리를 포함하는 12개의 프로세스를 통해 바둑판을 분석한다.

'정책망'이라는 하나의 신경망이 다음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가치망'이라는 또 다른 신경망은 승자를 예측한다.

대결은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진행된다.

딥마인드는 전문가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을 분석해 3천만 개의 움직임에 대해 신경망을 훈련시켰다.

이로써 알파고는 57%의 확률로 사람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목표를 사람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실제 대국에서 사람을 이기는 것'으로 잡았다.

이세돌 9단은 "결과와 상관없이 바둑계 역사에 의미 있는 대결이 될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이번에는 내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5번의 대국 중) 3대2 정도가 아니라 한 판을 지냐 마냐 정도가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세돌은 이어 "(작년) 10월 (알파고와 판후이 2단의) 대국을 봤을 때 (나와) 기력을 논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물론 4~5개월 동안 많은 업데이트가 있겠지만, 그 시간으로는 승부가 되기 힘들 것 같다"고 부연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