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법원이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카카오톡 서버 대화내용을 압수수색한 것은 '위법하다'고 결정하자 검찰이 "수사권 무력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용규 판사는 이달 18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용모(26)씨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낸 준항고 청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준항고는 법원의 압수허가 결정에 불복할 때 제기한다.
용씨는 지난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불법 시위를 조직·기획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이 자신의 카카오톡 서버의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한 사실을 알게 돼 이를 '무효'처리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을 신속하게 집행할 필요성이 있으면 피의자 사전 통보 절차를 생략할 수 있지만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은 피의자가 은닉할 수 없는 것이어서 '급속'을 요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한 김 판사는 카카오톡 대화에는 내밀한 사생활을 담은 내용이 많아 압수수색 시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은 용씨와 대화한 상대방의 카카오톡 아이디와 대화명, 열흘간의 대화 내용과 사진·동영상 정보 일체다.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광범위한 압수수색은 더 엄격한 기준에 근거해 집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날 곧장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급속한 압수수색의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압수수색 시 급속을 요하는 때는 시간적 긴박함 외에 압수수색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면 증거은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도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규정을 지나치게 문언적 의미로만 해석하지 말고 판례 취지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놓고 법원은 '인권 보호' 쪽에, 검찰은 '수사 효율성' 쪽에 좀 더 무게를 둔 양상"이라며 "대법원 판단에 따라 인터넷 메신저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관행이나 법 적용에 일정 부분 변화도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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