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은행에 수많은 규제 가하는 정부…역동성 줄고 후진성 여전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정부는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비전으로 출발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4대 부분 구조개혁(공공, 노동, 금융, 교육)에 대해서는 개혁과제 설정부터 그 효과까지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IMF외환위기가 불러온 김대중 정부의 4대 개혁과도 강도와 효과에서 비교되고 있다. 그러나 4대 구조개혁은 개혁과제로 설정하기에는 우선순위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법안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와의 갈등은 박근혜 정부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바른사회는 지난 24일 정부 4대 개혁과제에 대한 종합평가와 향후 과제를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박근혜정부 4대개혁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금융 분야 패널로 나선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개혁의 핵심은 관치금융 청산”이라며 “은행에 주인이 없다는 점, 금융 산업 전반에 정부규제가 과다하다는 점, 이 두 가지를 개선하지 않는 한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아래 글은 안재욱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 4대개혁 평가와 향후과제

발제자 윤석헌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해 자세한 평가를 하고 있다. 항목 하나하나를 살펴가며 구체적으로 평가한 점이 돋보인다. 금융자율화 정착을 위해 금리/수수료 자유화, 보험권 상품. 가격자유화를 다루고, 정책금유체계 정비, 서민금융체계정비, 금융회사지배구조 개선, 금융감독체계 개편, 겸업화 전략 등을 분석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회사의 혁신과제로서 금융회사 수익성 제고 방안, 금융권 보신부의 및 성과주의 문화에 대한 문제, 벤처 창업 및 기술금융지원 문제, 자본의 선순환 구조 문제, ISA, 계좌이동제 및 금융복합점포에 관한 문제, 핀테크 추진 문제, 국제화 추진 문제 등에서 그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개혁의 핵심은 관치금융의 청산이다. 그러한 점에서 윤석헌 교수 역시 관치금융 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이 신관치로 가는 경향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금융개혁 한다는 명분하에 ‘금융회사의 성과주의 문화 정착’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지지하는 바이다. 그러나  관치금융을 근본적으로 청산하는 방안에 대해서 언급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관치금융이 횡행하고 있는 데는 커다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은행에 주인이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금융 산업 전반에 관해 정부규제가 과다하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가 복합되어 관치금융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주인이 없는 은행에 수많은 규제를 가하면서 정부는 은행에 대해 사실상 주인행세를 한다. 뿐만 아니라 비은행권의 금융회사의 경우에는 주인이 있다하더라도 수많은 규제를 통해 금융회사의 경영에 정부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역동성이 떨어져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금융규제와 감독을 정부의 힘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존한다는 생각과 정부조직의 특성을 감안하여 금융 감독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사진=미디어펜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은행에 실질적인 주인이 나타나도록 소유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은행법과 은행지주회사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 인가된 인터넷은행조차 의미가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씨줄과 날줄처럼 중첩되어 있는 금융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은행에도 주인이 나타나고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확보해주어야만 기업가 정신이 창발 되어 세계적인 금융회사나 은행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금융 감독의 체계를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계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중첩구조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정책과 국내 금융정책을 관장하고 있으며 그 산하에 금융기관 감독을 집행하는 금융감독원을 두고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감독업무의 중복과 정책 혼선, 책임 소재 불분명, 감독 부실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에 발생하였던 ‘신용카드 대란’, 2010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2014년 1월 카드 3사에서의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다. 

사실 정부에 의한 금융감독은 잘 수행되기 어렵다. 절차를 중요시하는 관료제의 특성 때문이다. 어떤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잘못됐을 때 그 금융회사를 담당했던 금융 감독자가 절차만 잘 지켰으면 책임추궁을 잘 받지 않는다. 설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그 처벌이 관대하다.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예금보험공사에서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권 업무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사진=금융위원회


뿐만 아니라 금융 감독자는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해 금융 감독이 잘 이뤄지기 어렵다. 특정 금융회사가 정치적인 관계에 노출되어 있을 경우 그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 압력을 받는다. 따라서 금융 감독자는 적극적으로 금융회사의 부정을 찾아내거나 허위 사실을 밝히려고 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잘 알다시피 정부보다는 시장에서의 경쟁이 소비자를 더 잘 보호한다. 경쟁이 치열한 일반산업에서 소비자가 더 잘 보호되고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한다. 금융 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금융규제와 감독을 정부의 힘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존한다는 생각과 정부조직의 특성을 감안하여 금융 감독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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