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신규가입자 비과세 혜택…이사 전 고려해 봐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저금해서 이자 받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은행에 '보관료'를 내야 한다."

저축을 하면 돈이 불어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하면서 이 상식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세간의 풍문처럼 이젠 저축을 하면 통장잔고가 오히려 줄어드는 시대가 도래한 걸까? 저금리를 넘어선 마이너스 금리의 시대엔 대체 어떤 재테크 전략을 펼쳐야 하는 걸까?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시작됐다는 뉴스를 자주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통장잔고의 숫자가 실제로 줄어드는 정도는 아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보통예금에까지 적용해 '이자를 주는 대신 보관료를 받는' 풍경은 유럽 지역의 극소수 은행에서만 볼 수 있다. 그나마도 0.1%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는 정도다. 

   
▲ 1%대 예금금리 시대의 재테크가 묘연해졌다. 만능통장 ISA도 최종대안이 되긴 시기상조다. 해외주식형펀드 비과세를 활용해볼만 하다. /미디어펜

분명한 건 지금이 1% 대의 초(超)저금리 시대라는 사실이다. 이르면 오는 3월 한국은행이 현행 1.5%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중 은행들은 하나둘 수신금리, 은행 예금자에게 적용하는 이자율을 낮춰가는 추세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국민은행은 예금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부터 주력 예금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가 1.3%에서 1.2%로 0.1%p 낮아진다. 

KEB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24일 금리를 인하했다. 주력 상품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가 1.35%에서 1.30%로 0.05%포인트 떨어졌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내달 10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금리 조정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적어도 금리가 높아질 거란 기대는 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만능통장 ISA? 저금리 시대 '최종대안' 되기엔 시기상조

은행 예금을 더 이상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는 고객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덜컥 주식에 투자하자니 국제 유가와 중국 증시가 출렁이는 가운데 불확실성은 높아만 지고, 경험 없는 투자자들이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주식시장에 뛰어들기엔 너무 위험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능'이라는 별명을 달고서 내달 14일부터 도입되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의 대표선수로 ISA에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 당국은 지난 15일 증권사들에만 허용돼 있던 투자일임업을 은행에도 허용하면서 예금, 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한 계좌에 담을 수 있는 ISA의 메리트를 높였다. 

시중 은행들은 자동차부터 골드바까지 화려한 상품을 내건 'ISA 이벤트 전쟁'에 돌입했다. ISA는 '1인 1계좌'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선택을 받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은 치열해 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러나 화려한 가입 경품에 비해 은행들의 'ISA 준비'에 대해서는 해소되지 않은 의문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기본적인 준비조차 아직 '진행 중'이라 내달 14일 ISA가 도입되어도 은행들이 상품을 즉시 내놓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은행 창구직원들에 대한 '투자 상담교육'에 부심하고 있다는 전언이 들려오기도 한다. ISA에 대한 은행권의 숙련도가 아직까지 높지 않다는 의미다. 행여 화려한 경품에 현혹돼 가입부터 덜컥 했다간 다양한 ISA 상품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해보지도 못하고 수익률까지 놓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ISA는 은행 예금과 달리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

가입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도 ISA의 단점이다. 직전연도 근로 혹은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만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단기 계약직, 비정규직 근로자, 은퇴자, 취업준비생 등은 ISA에 가입할 수 없다. 

비과세 혜택 또한 연간 급여가 5000만 원 이하일 경우 5년간 250만원까지, 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5년간 2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어 다소 제한적이다.

해외주식형펀드 '비과세' 활용하면 저금리 시대 '판정승'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소식이 있다. 해외주식형펀드에 대한 비과세 제도가 29일을 기점으로 7년 만에 부활했다는 사실이다.

이날부터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해외주식형펀드에 국내 거주자가 신규 가입할 경우 1인당 3000만원까지 투자한 금액에 대해서는 10년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발생한 수익이 얼마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환(換)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없다. 단, 해외주식형펀드 기존 가입자가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펀드를 전체 또는 부분 해지하고 재가입 해야 한다.

가입자 제한이 없다는 점, 혜택이 훨씬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해외주식형펀드의 비과세 기회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저금리 시대에 '판정승'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증권사와 은행 지점, 인터넷 등을 통해 310개 상품 중에서 자유롭게 가입을 결정할 수 있어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물론 해외주식형펀드에도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위험 상품이라는 근본적 특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2007년을 전후로 많은 투자자들을 절망에 빠뜨렸던 '펀드 광풍'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국은 여러 금융기관과 펀드를 합산해 1인당 3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투자할 수 있도록 금액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SA든 해외주식형펀드든 은행 금리를 웃도는 수익을 거둔다는 선에서 만족하면서 '무리'가 되지 않는 비중으로만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시대이므로 해외주식 중에서도 선진국 투자비율이 높은 펀드를 고르는 것이 좋고,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금액을 한번에 '몰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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