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보조금은 역효과…중소슈퍼마켓 자생력 줄여
지난 2월 17~18일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학회는 서울대학교에서 2016년 경제학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60개 학회가 참여하는 공동학술대회였다. 패널로 참석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은 경쟁하는가’ 논평문 발표를 통해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은 소비자를 위해 경쟁해야 하는 주체”라고 지적했다. 기업 생사여탈권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 소비자는 슈퍼 갑이고 기업은 절대 을이라는 설명이다. 최 부원장은 “앞으로 유통혁명은 더 일어날 것이고, 중소슈퍼마켓을 둘러싼 경쟁 환경은 더 치열해 질 것”이라며 “정치적 이유를 앞세워 보조금을 주며 중소슈퍼마켓의 자생력을 장기적으로 감소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최승노 부원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은 소비자를 위해 경쟁해야 하는 주체

소비자가 갑이고, 기업은 을

‘갑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강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약자를 착취한다는 뜻이다.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은 민간 기업에 권력을 남용한다.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갑과 을의 구조가 가장 고착화된 영역은 바로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이다.

시장에서 소비자는 ‘슈퍼 갑’이고 기업은 ‘절대 을’이다. 일각에서는 ‘독점기업의 횡포’ 운운하면서 마치 기업이 소비자에게 갑질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기업이 생산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조금이라도 소비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가차 없이 기업을 내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글로벌 기업 노키아는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역시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보더라도 세계를 호령했던 조선3사가 엄청난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기업의 생사여탈권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소비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뿐이다. 만약 정치 또는 권력을 활용한 부정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를 차지하려 하면 문제지만, 그렇지 않고 시장을 통하는 기업들의 소비자를 향한 경쟁 행동은 활발할수록 좋다. 소비자란 어느 특정한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소비자다. 기업이 열심히 노력할수록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 끊임없이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주목하고, 보다 낮은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내놓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면 그 기업은 번성한다. 반대의 경우, 기업은 망한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울뿐더러 정의로운 과정이다.

판단은 시장을 통해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모두 기업이다. 우리는 흔히 기업이라 하면 일정 규모의 설비를 갖춘 조직적인 집단을 떠올리나, 기업은 영리를 위해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는 집단 일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양자 모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유통 분야에서 활동하는 경쟁주체다.

시장 원리에 의해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흥하는 기업과 망하는 기업이 생긴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자연스럽다. 마치 운동선수가 금메달을 따려고 하는 것처럼 기업은 열심히 경쟁을 한다. 학생이 좋은 시험 성적을 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기 위해 애쓰는 것도 자연스럽다. 자신의 노력과 전략에 따른 성과를 보상 받는 것이 정당한 것처럼 대형마트가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아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면 이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이러한 판단은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형마트 또는 중소슈퍼마켓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경쟁주체다.

   
▲ 신세계는 온라인 복합쇼핑몰 SSG.com 홍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가 갑인 유통기업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해외직구 및 서비스렌탈 등 오프라인, 온라인의 경계와 사업영역의 칸막이가 사라지는 유통혁명이 일어나고 있다./사진=신세계 제공


경쟁은 새로운 혁신을 이끄는 에너지

경쟁은 여러 영역에서 복잡하게 일어난다.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나면 유통시장이라는 것이 일정규모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동태적으로 새롭게 변한다. 중소슈퍼마켓은 대형마트와의 비교 우위에 있는 특화된 영역에서 자신들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을 수 있다. 양자가 도모하는 고객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대형마트는 한꺼번에 대량 판매가 가능하지만 고객들의 방문 빈도가 낮다. 반면, 중소슈퍼마켓은 비교적 소액 판매이고 고객들이 빈번하게 방문한다. 특히나,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시대적 현실을 감안할 때 작은 규모의 동네매장이 비교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은 크다.

당장은 레드오션으로 보이는 시장도 얼마든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과거 2G폰 보급률이 100%가 넘어섰을 때, 휴대폰 시장은 이미 포화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애플이 스마트폰을 개발해내면서 휴대폰 시장에서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국내 치킨집의 개수가 더 많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 치킨 시장은 지나치게 포화되어 있다들 한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조금 더 저렴하고 색다른 방식으로 ‘통큰치킨’이라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사람들은 이를 새롭게 느꼈다. 

즉, 기업가정신에 기초해서 혁신을 이루어낸다면 얼마든지 모든 분야가 새로운 혁신의 분야가 될 수 있고 블루오션일 수 있다. 유통시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중소슈퍼마켓이 사업하기 어렵다며 정부 보조금만 바라는 방식에 빠진다면 이는 모두에게 불행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고 시장을 선도해나가려고 한다면 새로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주위에서도 그 무수한 성공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도 유통시장에서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만큼 혁신이 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쇼핑몰, 해외 직구 사이트, 중고 상품 거래, 각종 상품과 서비스 렌탈 모두 경쟁관계에 있다. 중국에서 한 기업의 하루 매출이 16조 원에 해당할 정도로 유통의 혁신은 폭발적이다. 앞으로 유통혁명은 더 일어날 것이고, 중소슈퍼마켓을 둘러싼 경쟁 환경은 더 치열해 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중소슈퍼마켓을 보호한다며 다양한 형태의 유통업체들을 억제해야 할까? 중소슈퍼마켓의 이익을 위해 유통 분야의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억제해야 할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소비자를 배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길은 중소슈퍼마켓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경쟁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이제는 정치적 이유를 앞세워 보조금을 주며 그들의 자생력을 장기적으로 감소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지난 2015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내 백화점업계도 이에 대응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해외직구와 유사한 가격 수준의 대형 할인전을 열은 바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최승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