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노력으로 이뤄진 흥행 성공은 칭찬 받아 마땅해
자유경제원이 7일 주최한 ‘예술인이 본 시장경제시리즈’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입을 모아 “예술, 문화시장에서의 독점은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유경제원은 언제나 최고를 지향하는 예술인들과 함께 독점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모든 예술인은 독점을 원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독점을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경제원은 독점이 정말로 나쁜 것이냐는 문제의식으로 이날 행사를 준비했다.

패널로 발언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특정 상품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독점이라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으며 예술에서도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지만 그런 비판은 규제를 만들게 된다”고 밝혔다. 최 부원장은 그 예로 스크린쿼터제를 들면서 “하지만 이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결과일 뿐”이라며 “시장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경쟁을 통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부원장은 “이러한 현상은 다른 영화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영화 시장의 규모를 키운 성과로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최승노 부원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문화 분야의 독점도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문화계에는 열성적인 팬들을 보유한 유명인 들이 많다. 이들은 영화, 드라마, 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히트작을 통해 많은 소득을 얻는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만 해도 시청률이 수직상승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포탈의 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고 언론에는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들로 가득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인기몰이를 독점이라며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천만 관객에 성공한 영화가 나오면, 그 영화 때문에 다른 영화가 기회를 잃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비판론이 나오곤 한다. 흥행에 성공한 유명인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독점적 이익으로 치부하곤 한다. 비판론자들은 성공해서 얻은 수익이 마치 다른 사람의 이익을 빼어간 것처럼 비유하기도 한다. 크게 인기를 얻고 많은 수익을 얻은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반자본주의적 사회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은 독점이라 비판 받을 이유가 없다. 또한 규제하고 억눌러야 할 대상도 아니다.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진 독점이라고 불리는 성공은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다.

피땀 어린 노력의 정당한 대가

<미생>이라는 웹툰이 있다. 만화가 윤태호는 <미생>이라는 작품으로 웹툰의 명성을 드라마를 통해 더욱 유명해지며, 한동안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일약 스타가 되었다. 드라마 방영기간 동안 미생은 언론에 수도 없이 회자되었다. 소위 ‘미생앓이’를 일으켰다. 이 기간 동안의 콘텐츠 독점을 통한 수익을 비판할 수 있을까?

모든 작가들이 처음부터 스타는 아니었다. 윤태호 작가 역시 어린 시절 학교로 가는 차비를 이웃에게 빌려야 할 만큼 생활이 궁핍하였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허영만 화백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피나는 노력을 하였다. 그리하여 남들이 10년씩 걸린다는 문하생 생활을 5년 만에 끝내고 25세의 나이에 만화가로 정식 데뷔하게 된다.

   
▲ 윤태호 작가는 '이끼', '미생'과 같은 개성있는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가로 자리 잡게 된다. 예술, 문화에서의 독점에 대해 인기를 얻은 성공작에 대해 ‘순수성의 결여니 초심을 잃었다.’는 식의 비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사진=tvN드라마 '미생' 스틸컷


정식 데뷔 후에는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였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드라마 <모래시계>의 대본을 필사하고, 최인호 소설 전집을 읽으며 스토리텔링 공부에 전념하였다. 다양한 인간상을 비추는 작가적 시선과 개성강한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였다. 마침내 <이끼>, <미생>과 같은 개성있는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가로 자리 잡게 된다.

만화가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윤태호 작가지만, 콘텐츠의 파급력으로 인한 독보적인 수익 급증은 아마 주위에서 시기심의 대상이 되고 독점이라며 비판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체제인 대한민국에서는 문화, 예술인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좋은 작품으로 소비자(시청자, 독자층 등)들의 선택을 받은 결과물이 바로 작품의 점유율 증가이며 수익인 것이다. 윤태호 작가의 작품 점유율이 증가하다가도 다른 작품들이 치고 올라와 콘텐츠 파급력을 다시 높이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시장의 자생적 질서이다. 최근 드라마화 되어 방영 되었던 순끼 작가의 웹툰 <치즈인더트랩> 또한 그러한 과정에 나온 것이다. 다양한 예술인들이 다양한 작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시장에서의 독점은 경쟁의 결과일 뿐!

특정 상품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독점이라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예술에서도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 비판은 다시 규제를 만들도록 만든다. 스크린쿼터제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영화시장이 개방되면서 문화, 예술계의 일부 국산영화 보호론자의 주된 주장은 외국 콘텐츠의 수입으로 한국 영화계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영화시장을 보면 <국제시장>, <명량> 등 한국 영화계는 외국 영화의 독점우려를 비웃듯 관객수 1000만 명을 넘는 영화를 배출하는 등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영화시장은 오히려 경쟁을 통해서 시장의 파이를 키웠고, 한 단계 도약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시장의 자생적 질서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영화들이 등장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은 선택을 한다. 외국 영화 <인터스텔라>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스크린 대부분을 차지할 때도 있고, <명량>이라는 한국영화가 나타나 스크린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도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결과일 뿐이다. 시장은 이렇게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경쟁을 통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다. 이들은 다른 영화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영화 시장의 규모를 키운 성과일 뿐이다.

   
▲ 문화계도 이제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프로가 시장을 선도하는 시대'가 되었다./사진=tvN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일명 치인트) 포스터


‘오프라 원프리 쇼’ 같은 토크쇼도 오프라 원프리라는 여성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며 미국 토크쇼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였다. 토크쇼 부문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다며 비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오프라 원프리는 어린 시절의 우울한 삶을 극복하며, 고교 시절부터 지역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경력을 쌓아갔다. 그녀의 경험과 방송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결국,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오프라 원프리=토크쇼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하면서 그녀는 다른 진행자들이 대체할 수 없는 방송인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토크쇼에서의 독보적인 지위에 시청자들은 비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MC분야는 누구나 유재석이라고 바로 응답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비판하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다. 그의 독점은 그저 시청자의 평가에 따른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

결국 예술·방송·출판에서의 독점이란 것도 자신의 경쟁력을 스스로 갖추고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얻은 소비자 선택의 결과이다. 이를 두고 ‘독점이다.’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개인들이 각 영역에서 노력하였고 그러한 노력의 정당한 대가가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이익이다. 작품으로 일약 스타에 오르게 되더라도 다시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시장의 이치이다. 자신만의 브랜드, 개성을 구축해서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이며 당연한 일이다.

문화계도 이제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프로가 시장을 선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순수성이란 단어는 좋다. 주변의 풍파에도 스스로 고고함을 뽐내며 우월함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 세계를 뽐내고 싶어 하는 것은 작가라면 누구나 지향하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예술도 결국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면 도태되며 결국 사라지는 것이다.

예술, 문화에서의 독점에 대해 인기를 얻은 성공작에 대해 ‘순수성의 결여니 초심을 잃었다.’는 식의 비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제는 다양한 시각과 사고로 다양한 작품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에 따른 문화 분야의 독점은 소비자 선택의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영화시장은 오히려 경쟁을 통해서 시장의 파이를 키웠고, 한 단계 도약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갔다. 영화 명량은 그 대표적 사례다./사진=영화 '명량'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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