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3상 약효시험 없이 신약 승인 추진...최태원 회장 '뚝심' 결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 중인 뇌전증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탁월한 약효를 인정받아 뇌전증 신약 중 세계 최초로 임상 3상 약효시험 없이 신약 승인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 중인 뇌전증 신약(YKP3089)의 임상2상을 최근 종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 (FDA)과 신약 승인 요건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고 14일 밝혔다./SK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 중인 뇌전증 신약(YKP3089)의 임상2상을 최근 종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 (FDA)과 신약 승인 요건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고 14일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지난 4년간 미국∙유럽∙아시아에서 임상2상 전∙후기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 및 안전성이 탁월한 것으로 거듭 확인돼 FDA로부터 임상2상의 약효 데이터(Data)만으로도신약 승인 신청이 충분해 추가적인 약효 임상을 생략해도 좋다는 공식 확인을 받았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기존 약물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 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실시한 결과, 2상 후기 시험에서 발작빈도 감소율이 55%를 기록했다”며 “기존 약물보다 2배 정도 약효가 뛰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작빈도 감소율은 FDA가 뇌전증 치료 신약 판매의 승인 기준으로 삼는 핵심지표다.

발작이 완전히 소멸된 환자 비율 역시 지금까지 출시된 뇌전증 약물 중 가장 높다는 것이 SK측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임상 3상은 약효 및 안전성 시험으로 진행되나 SK의 뇌전증 신약은 약효가 워낙 탁월해 ‘장기 투여에 따른 안전성 시험’만 진행될 예정이다. SK측은 2017년 FDA에 신약 판매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며,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본격 시판은 2018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산업 전문 시장조사 기관인 데이터모니터(Datamonitor)에 따르면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4년 49억 달러 규모에서 2018년에는 6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6%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뇌전증 치료제 시장 1위 제품인 빔팻(Vimpat)의 실적을 고려할 때 SK의 신약은 미국에서만 연간 매출 1조원 이상, 영업 이익률 50%를 상회하는 초대형 신약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번 신약은 SK가 국내 최초로 글로벌 마케팅까지 자체 추진할 계획으로,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1993년 신약개발 시작 이후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에 집중해온 SK는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는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진행케 한 것도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위의 우려와 어려움 속에서도 하이닉스 인수를 결단, SK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최 회장의 ‘뚝심’이 선진국 주도의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은 것이다.

SK 바이오팜은 국내 최다인 15개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 승인(IND: Investigational New Drug)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확보다. 현재 수면장애 신약(SKL-N05)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고 급성발작 신약(PLUMIAZ)은 신약 승인 신청을 마친 상태이다.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 항암제 등 신규 질환 영역의 신약 개발을 통해 2020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바이오·제약 회사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자회사였던 SK바이오텍 지분을 SK주식회사에 매각함으로써 글로벌 임상개발을 확대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SK주식회사의 자회사가 된 SK바이오텍은 향후 뇌전증 신약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SK의 뇌전증 치료제는 2012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지원과제로 선정돼 연구비 지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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