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진짜가 아니어서 미안해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1년 영화 'AI'에 나오는 대사가 떠올랐다. '감정이 있는 로봇'으로 창조된 데이비드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며 진짜가 아닌 자신의 모습에 슬픔을 느낀다.
데이비드는 진짜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은행권에 나타난 로봇, 이른바 로보어드바이저들이 들려주는 재테크 조언은 '진짜'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15일 기자가 직접 로보어드바이저에게 재테크 상담을 받았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신드롬에 열광하는 터라 로보어드바이저의 성능을 확인코자 우리은행을 직접 찾았다.
우리은행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 가능한 전용상품과 퇴직연금 상품을 반영한 로보어드바이저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14일 밝혔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이 고객 데이터와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투자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하는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말한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한 베타서비스를 출시한 건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의 한 직원은 "최근 알파고 이슈가 있었기 때문인지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문의도 종종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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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우리은행은 ISA에 가입 가능한 전용상품과 퇴직연금 상품을 반영한 로보어드바이저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위비뱅크 등을 통해 출시했다. /사진=우리은행 로보어드바이저 화면 |
로그인조차 필요 없어 누구나 체험해 볼 수 있는 '로봇의 조언'을 기자가 직접 받아보기로 했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펼친 알파고에게 '손가락'이 있진 않은 것처럼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해서 실제 몸을 갖춘 로봇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은행 홈페이지, 우리은행 앱, 위비뱅크 등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만날 수 있다.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면 서비스 유형을 고르라는 질문이 나온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ISA(신탁형)를 선택해봤다. 그 다음부터 나오는 질문은 의외로 친숙한 것들이다.
위험을 얼마나 선호하는지, 퀴즈쇼에 출연해서 우승을 했을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상금을 받고 싶은지, 주가하락으로 원금 10%를 잃었다면 그 다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등을 묻는다. 일종의 심리테스트 같다.
설문이 종료되고 나면 연 소득금액, 초기 투자금액, 매달 추가금액, 투자기간 등을 입력하는 순서가 이어진다.
상황에 맞게 숫자를 기입하고 나면 단 2초 만에 자신의 투자성향과 기간별 평균 기대자산, 기대수익률과 추천 상품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과거 길게는 몇 시간까지 걸리던 작업을 로보어드바이저로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은행의 이번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에는 로봇 벤처기업 파운트가 참여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에 특화한 파운트의 홈페이지(www.fount.co)에 방문해도 우리은행 로보어드바이저와 비슷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파운트 주동원 이사는 이번 로보어드바이저 베타 서비스에 대해 "미국에선 이미 자리를 잡은 산업"이라고 설명하면서 "기존 ETF(상장지수펀드) 위주의 서비스를 우리은행과의 협업 과정에서 펀드 중심으로 제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초기 단계 서비스이기 때문에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특화된 조언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 우리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추천 상품목록은 당행과 관련 있는 것으로만 표출된다는 점은 미리 참고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마지막 대국'을 치르고 있는 지금, 로보어드바이저와의 '첫 번째 대면'을 해보는 건 어떨까.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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