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 자백에 의존…시신 없어 폭행치사 혐의 어려워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4살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부모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의붓아버지를 기소할 방침이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친모의 학대로 숨진 안모양(사망 당시 4세)을 암매장한 혐의(사체 유기)로 의붓아버지 안모씨(38)를 기소한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안씨의 자백과 안양의 친모인 한모씨(36·지난 18일 사망)의 유서를 기소 근거로 삼을 방침이며, 늦어도 내주 초 해당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2011년 12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안양의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3~4차례 집어넣는 등 가혹 행위를 해 숨지게 했으며, 이후 안씨와 함께 안양을 암매장했다.

곽재표 청원경찰서 수사과장은 "안양을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뒤 자살한 한씨가 남긴 친필 메모를 확보했다"며 "일기 형식의 이 메모를 통해 안양에 대한 한씨의 감정, 남편 안씨와 의붓딸 안양 사이에서 갈등한 한씨의 심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메모에는 안양의 직접적인 사망 경위나 시신 암매장 등에 대한 내용, 안씨의 가혹행위 등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안씨의 진술에 의존해 사체 유기 혐의만 적용하기로 했다.

경찰은 한씨에 대해 폭행 치사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한씨가 이미 자살했으므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안양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현 수사 상황에서는 안씨에게 한씨와 같은 폭행치사 또는 학대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양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는다면 계부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만큼 거짓말 탐지기와 프로파일러 조사 등을 정밀조사해 증거자료를 보강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시신 유기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5시간가량 진행된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조사에서 안씨는 조사 과정에서 간간이 가벼운 미소를 짓기도 하는 등 여유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녁부터는 거짓말 탐지기와 프로파일러 조사 내용을 토대로 안씨에 대한 4차 조사를 진행한다.

경찰은 23일 오전 10시께 중간 수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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