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장수 특혜불구, 한겨레에 박대통령의 보복성 경질 언론플레이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관가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차관급 고위공직자인 그가 지난 9일 옷을 벗은 후 일부 좌파매체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발단은 김 전 관장이 25일 좌파매체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불거졌다. 한겨레 노형석 기자는 김 전 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프랑스장식미술전 개최를 반대한 것이 괘씸죄로 작용해 경질됐다고 보도했다. 노 기자는 이어 청와대에선 김 전 관장에게 프랑스장식전을 개최하라고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노 기자의 보도는 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 국립박물관측은 노 기자의 김 전 관장 인터뷰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첫째 그는 고위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행태를 보였다. 프랑스 장식미술전은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양국문화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문체부측은 김 전 관장이 문체부에 먼저 이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이 행사를 개최하라고 제안했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그는 지난 2년간 프랑스측과 10여차레나 회동을 했다. 프랑스에서도 한국에 7차례나 왔다. 프랑스도 행사 성공을 위해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었던 셈.

프랑스장식미술전은 당초 2014년 1월 프랑스측이 한불 상호 교류의 해를 기념해 제안했던 사안. 김 전관장은 같은 해 3월 현지를 방문해 17세기에서 20세기초에 이르는 프랑스 장식미술을 전시하자고 프랑스측에 제시했다.

   
▲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관가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차관급 고위공직자인 그가 지난 9일 옷을 벗은 후 일부 좌파매체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내 개최에 열정을 보여온 김 전 관장이 최근 개최 불가로 돌아섰다. 상급기관인 문체부에선 황당한 분위기를 보였다. 문체부 관계자들은 김 전 관장이 이 행사에 반대하려면 2년전에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측은 장식미술전을 개최하면서 행사장 한켠에 샤넬 루이뷔통 등 자국 명품들을 전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행사개최를 3개월 앞두고 돌연 반대로 돌아섰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반대 이유로 내세운 것은 상업적인 부대 행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그는 프랑스측과 협의를 하면서 명품들이 포함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관가에선 김 전 관장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다급한 주한프랑스 대사는 청와대와 문체부를 방문해 이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립박물관이 이 행사를 위해 청와대, 문체부 등 상급기관과 업무협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청와대의 압력으로 오도하는 것은 기관장으로서 자질이 의심이 갈 정도다.

프랑스 장식미술전은 한불수교를 기념하는 행사 중 핵심중의 하나다. 박 대통령은 5월말 양국 우호증진과 문화창조 및 한류의 유럽내 확산을 위해 방문할 예정이다. 국가 원수의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한국에서 프랑스장식미술전 행사를 갖는 것은 양국 외교증진과 문화교류 확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김 전 관장은 이런 막중한 외교일정을 감안했다면, 자신이 제안한 행사가 성사되도록 전력투구했어야 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현지에서 열린 한국의 해에 대통령과 문화장관 등이 대거 참여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 열리는 프랑스의 해에 우리가 프랑스정부가 보인 정도의 관심과 배려,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상호주의 원칙측면에서 당연하다. 이것은 문화사대주의가 결코 아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6년간 관장으로 재임했다. 남들은 3년을 채우기도 힘들다. 누구보다 행운을 누렸다. 그는 국립박물관의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은 전시회등을 열어 논란을 자초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대사, 중세사, 근현대사 등의 역사적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 주임무다. 그는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루벤스전 등 서양의 서양화 등 미술 위주로 전시행사를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해야 할 행사를 중앙박물관이 개최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의 전공은 서양미술사. 서울대 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관장으로 부임했다. 그런 영향인지 국립박물관을 현대미술관인양 운영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음으로 그의 리더십이다. 재임기간 고고학과 미술학 전공자들간에 갈등과 알력이 불거졌다. 인사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 인사잡음도 그가 경질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소극적 행정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국회 등에서 제기된 각종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해 문체부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하면, 윗선을 거론하곤 했다는 게 문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논란이 된 지광국사현묘탑의 사자상 분실 논란도 그의 재임시절에 불거졌다. 문화재청은 이 사자상이 분실된 것으로 파악, 복원하려고 했다. 정작 이 사자상은 중앙박물관에 보관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서울대 서양미술사 전공 제자들을 수년간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채용했다가 감사를 받기도 했다. 감사 결과, 정실 채용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다. 공개채용 대신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제자들을 여러명 채용한 것은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김 관장의 후임은 서울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이영훈 전 경주박물관장.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김 전 관장에 비해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적합한 인물이다. 이 관장의 임명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전 관장의 선친은 김재원 박사. 45년부터 70년까지 무려 25년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다. 선친은 독일 뮌헨대학에서 교육학 및 고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국에 돌아와 광복과 미군정, 6.25전쟁등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박물관 유물을 지키고 발굴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부녀가 무려 31년간 관장을 맡은 셈. 그들 부녀는 남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최장기간 특혜를 누렸다.

국립중앙박물관장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대통령은 고위 정무직에 대해 얼마든지 수시로 인사를 할 수 있다. 기관장의 리더십이나 업무성과 등이 미흡할 경우 경질 내지 해임할 수 있다. 많은 업적을 내는 기관장에 대해서도 후임자들을 위해 용퇴시키는 경우가 많다.

6년 장수한 그가 남다른 특혜를 누리고도, 떠날 때 보인 뒷모습은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반정부기사를 양산해 온 좌파매체를 통해 청와대의 지시를 거부한데 따른 보복성 인사의 희생양이 됐다고 독기를 내뿜었다. 자신은 프랑스 장식미술전 전시를 반대한 것에 대해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고까지 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인사와 관련해 인사권자에게 노골적인 항명을 하고, 이를 언론에 흘리면서 파문을 일으켰던 것을 연상케 한다. 희생자 코스프레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고위공직자는 옷을 벗을 때의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의 이번 좌파매체 언론플레이는 행태는 씁쓸함만 더해준다. 인사권자로부터 통보를 받았을 때는 미련없이 짐을 싸는 게 고위공직자의 올바른 처신이다. 구질구질하게 보복성 경질 등의 말을 흘리는 것은 안타깝다. 그와 선친이 31년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다는 이야기가 일반국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어떤 반응이 나올지 잘 헤아려야 한다. 그는 대표적인 금수저다. 장수 관장을 하고서도 퇴임에 불만을 갖는 것은 흑수저들에게 심각한 상처를 준다. 자중자애해야 한다. 자칫 선친의 명예에 누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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