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인적자본투자가 나라와 기업, 집안 운명 좌우

   
▲ 조전혁 명지대교수, 전 국회의원
교육은 경제변수, 사회변수 나아가 역사변수다

이번에는 제가 교육과 인적자본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인적자본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는 않으시죠? 영어로는 ‘Human Capital’로 원래 경제학에서 사용된 용어인데 최근에는 많은 학문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교육문제에 천착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제가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잘못 알고 있습니다. (저는 칭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저는 경제 전공자입니다. 교육 분야에 천착하다보니 제가 경제학자라고 그러면 사람들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정말입니까?” 그럽습니다.

그렇게 반응하는 분들 중 대부분은 “경제학자가 왜 그렇게 교육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으냐?”며 되묻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인적자본’의 형성이 많은 나라에서 역사적 흥망을 결론짓는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중요해도 너무 중요한 결정변수라고 봅니다.

인적자본이란 개념부터 시작하도록 하지요. 인적자본이란 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 노하우, 경험 ... 이런 것들의 가치입니다. 그럼 “이게 과학기술 같은 지식과는 어떻게 다르냐?” “헷갈린다”라고 하실 분들 많으실 겁니다. 후자는 이미 존재하는 어떤 과학적이나 세상사의 이치를 말하는 것이며 전자는 배우고 연마해서 체득하는 것을 말하는 개념입니다.

아직도 개념이 잘 안 잡히신다고요? 그럼 농학자와 농부를 비교해 보지요. 훌륭한 농학자가 훌륭한 농부일까요? 물론 농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농학자가 훌륭한 농부가 될 가능성은 높지만 꼭 그렇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아무리 농업지식이 많다고 해도 실제 농사를 짓는 것은 다릅니다. 훌륭한 교과서가 있다고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닌 것처럼 과학기술이나 지식이 내 ‘근육’과 ‘뼈’와 ‘두뇌’에 축적되고 능숙해져야 합니다.

   
▲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한데는 인적자본, 즉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나라의 국부와 기업,조직, 가정이 발전할려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와 교육이 중요하다. 삼성그룹의 서초사옥 전경.

이러한 숙련과 이해의 정도를 인적자본이라 합니다. 지식의 이해와 숙련을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육과 훈련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와 같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경제학자 중에 게리 베커 교수란 분이 계십니다. 1992년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의 교수님이신데... 이 분이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현대국가 즉 산업화된 국가의 국부(國富) 다시 말해 나라재산의 4분의 3이 인적자본으로 구성돼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믿어집니까?

보통 어떤 나라가 보유한 부(富)를 말하면 그 나라의 외환보유고, 빌딩, 공항, 항만, 도로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 그 나라 내의 산업체들이 보유한 기계장치 ...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재산들을 생각합니다. 이런 재산들을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이라고 합니다.

베커 교수는 그런 물적자본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채 4분의 1이 안 된다는 겁니다. 베커 교수는 한 나라의 국민의 뼈와 근육과 두뇌에 숨어 있는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인적자본이 훨씬 크다는 것을 밝혀냈죠.

교육은 바로 인적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저축이자 투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자인 제가 그토록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교육은 가장 중요한 ‘경제변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육은 그냥 경제변수만의 위치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슈뢰더 총리가 한국 TV와 대담한 프로를 시청했습니다. 독일은 사회통합의 성공사례로 널리 알려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는 사회통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사회계층의 활발한 이동이라고 지적하더군요.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계층의 이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힘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점점 지식사회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가방끈이 좀 짧더라도 근면과 성실로 계층상승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와 같은 개인적 품성만으로는 안 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내 자신이 사회적으로 좀 덜 성공했다 나아가 실패한 삶을 살았다라고 해도 내 자식 세대는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희망이 있다고 국민들이 믿을 수 있다면 그런 사회는 쉽게 통합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은 매우 중요한 사회변수라고 봅니다.

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아직 사회통합의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아직 우리나라가 유럽과 같은 본격적인 신분사회에 까지는 들어가지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신분사회가 되면 여간한 개인적 사회적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신분의 상승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교육은 역사변수이기까지 합니다. 생각해보시죠. 잘된 집안들 모두 자식교육 잘 시킨 집안 아닙니까? 잘된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삼성이 잘 나가는 이유가 다른데 있는 게 아닙니다. 사원 교육훈련에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회사가 바로 삼성입니다.

잘된 나라들도 말할 것 없습니다. 훌륭한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이 개인과 집안과 회사와 조직 그리고 나라의 장기적인 운명을 좌우하는 역사변수인 것은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