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특성 맞춰 숙련도 향상 필요
[미디어펜=김세헌기자] 4월 주요 대기업의 인·적성검사를 시작으로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 시즌이 본격화한다. 특히 직무중심 채용이 확대되면서 인·적성검사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적성검사는 삼성이 1995년 SSAT(현 GSAT)를 도입한 이후 많은 기업이 자사 특성과 문화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 도입했다.

대기업 채용 인적성검사는 대체로 해를 거듭할수록 정교화하고 난도는 높아지는 추세인데, 그 가운데서도 현대차의 HMAT, SK의 SKCT, 두산의 DCAT가 응시자들 사이에서 가장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 LG그룹은 2000년 그룹 공채를 폐지해 계열사별로 사업 특성에 맞는 인력을 뽑을 수 있게 했으며, 2010년 계열사별로 실하던 인적성 검사를 지금의 'LG웨이핏테스트(Way Fit Test)'로 통일했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SK의 경우 인지역량은 수·도형 등으로 된 자료를 활용, 수리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유추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응용계산 능력, 수에 대한 추리 능력, 공간지각 능력 등을 묻는다. 두산은 수리영역이 무척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는데, 시간이 짧고 지문이 길며 생소한 문제유형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해 한 취업포탈 관계자는 "기업들의 인적성검사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지원기업 시험의 특성에 맞춰 숙련도를 높이도록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일 각 기업과 취업포털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10일), LG(16일), 삼성(17일), SK(24일) 등 주요 기업이 주말과 휴일 동안 인·적성 검사를 잇따라 진행한다.

주요그룹의 상반기 공채 인원은 작년 하반기와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수준이어서, 시험장에 몰리는 인원은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삼성은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지원자에게만 GSAT 기회를 주는 만큼 응시 인원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업 채용 인적성검사는 통상 서류 발표 후 며칠 만에 치러지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단순 지식 측정보다는 복합적 사고와 추리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고 각 기업 특성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개발한 도구인 만큼 기업별로 시험 특성을 아는 게 중요하다.

10일 예정된 현대차 인적성검사(HMAT)는 무엇보다 빡빡한 시간으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까다로운 시험으로 꼽힌다. 총 105문항의 HMAT뿐만 아니라 112개 문항의 인성검사와 2개의 역사 에세이까지 하루에 치러진다.

HMAT는 언어이해, 논리판단, 자료해석, 정보추론, 공간지각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역사 에세이는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지원자의 역사적 소양과 가치관을 묻는 것으로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역사적 사건 하나를 선정해 현대차의 5개 핵심 가치 가운데 2개 이상을 연관 지어 서술하시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부정적으로 보는지 서술하시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됐다.

이어 하반기에는 '인류 역사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에 대해 1000자 안팎으로 쓰도록 했다.

LG 인적성시험(LG Way Fit Test)은 다른 기업보다 까다로운 수리 영역이 특징이다. 작년 상반기에는 수열 추리의 난이도가 다른 영역보다 높았다. 수열은 뒤로 갈수록 그 규칙을 찾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형추리영역도 단순한 규칙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끝까지 여러번 반복되는 규칙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 한 대기업 공채에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이 인적성검사 시험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시험은 언어이해, 언어추리, 수리영역, 도형추리, 도식적추리 등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인문역량으로 한자와 한국사를 풀어야 한다. 한자와 한국사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출제돼 왔다.

삼성은 20년 만에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용했다. SSAT에서 이름을 바꾼 GSAT가 17일 치러진다. 

삼성의 GSAT는 다른 그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제도를 개편했지만 문제 구성이나 유형이 바뀌지 않아 시험 내용상 큰 변화가 없다는 평가다. 

GSAT는 기존 SSAT의 유형인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논리, 시각적 사고, 직무상식으로 구성되며 어휘추리 영역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직무상식 영역은 경제경영, 과학, 일반, 역사, 복합 등 5가지로 나뉘어 출제된다. 과학상식 문제도 인문·상경계열에서 출제되며 주로 삼성과 관련된 IT·기술 관련 상식이나 용어 등을 숙지해야 한다.

한 기업 인재채용 담당자는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다면평가 방식을 도입했지만 지원자의 실제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인적성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테스트를 앞으로도 확대 적용해 직무역량을 갖춘 인력들을 선발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기업 중 일부는 채용 기준을 간소화하고, 면접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자체 개발한 인적성검사를 폐지해 눈길을 끈다.

한화그룹은 2006년 HAT라는 자체 개발 인적성검사를 활용해 신입사원을 뽑다가 2013년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 평가로 전환하며 2013년부터 HAT을 폐지했다.

당시 한화는 기업별로 인적성검사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취업준비생이 이에 대한 심적·경제적인 부담을 완화하고 가장 적합한 회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회사로서도 필요한 인재를 적시 적소에 발굴하기 위해 HMAT을 없앴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 역시 채용에서 면접 비중을 높이며 작년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KALSAT이라는 자체 인적성검사를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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