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 내 북한식당은 대개 밀집..."보위부원 없는 틈 노린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한꺼번에 탈북한 가운데 이들이 일한 곳이 저장성 닝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류경식당은 이들이 탈북한 이후 문을 닫았다는 전언이 들렸다. 또 탈북민 13명은 이 식당의 전체 북한 종업원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종업원들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 ‘류경’이라는 북한식당은 저장성 지역에서 ‘1호 북한식당’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대개 중국 내 북한식당은 동북 3성에 밀집해 있다. 류경식당은 저장성에 북한 종업원이 있는 흔하지 않은 식당인 것이다.

류경식당의 주인은 중국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식당 주방 종업원은 한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과(탈북한 북한 종업원들) 접촉할 수 없었다. 매우 신비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이들이 식당을 탈출하기 전날 식당 안에서 서로 치고받는 큰 충돌이 있었다는 식당 관계자의 전언도 보도됐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 13명의 집단탈북이 가능했던 이유는 북한 영사관이나 파견 보위부가 없는 저장성에 위치한 식당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북소식통은 “동북 3성의 경우 선양, 단둥 등 식당이  있는 지역 중 어떤 곳은 북한식당이 50m 간격으로 늘어선 곳도 있다”며 “저장성에 있는 류경식당은 그 지역에서 유일했던 만큼 상호 감시하고 경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북한의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해 7일 입국했다고 통일부가 8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밝혔다./탈북민 사진=통일부 제공

즉 동북 3성에 있는 북한인 종업원들보다 저장성 근로자들의 경우 좀 더 자유분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들은 실제 귀순 동기에 대해 “남한 드라마를 보고 자본주의 생활을 모방하게 되면서 이탈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특히 이들 종업원들이 평양에서 직접 선발된 사람들이 아니라 중국 내 다른 식당에서 차출돼 류경식당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린성 옌지시의 천년백설회관이 전 근무지로 추정된다. 소식통은 “천년백설회관은 북한 중앙당 통전부 산하에 있는 식당”이라며 “하지만 이들이 조선족도 많지 않은 닝보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다가 규율이 흐트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에 13명 탈북민들은 30대 남성 지배인 1명과 20대 여성 종업원 12명이다. 대북소식통은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에서 파견되는 근로자 집단에는 반드시 이들을 감시하는 보위부 요원이 한명 이상 포함되고, 대개 부지배인 직함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이번 집단탈북과 관련해서도 마침 부지배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탈북이 실행에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이 류경호텔 소속 당 간부들 자제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와 있지만, 평양 류경호텔은 아직 완공이 되지 않은 만큼 지도국이 없는 상태라고 대북소식통은 주장했다. 가령 평양 고려호텔의 경우 ‘고려봉사지도국’이라는 호텔 관리부서가 있지만 류경호텔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소식통은 “북한에서도 정말 돈과 권력이 있는 간부들은 자신의 딸을 식당 종업원으로 해외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소식통은 “평양 출신이라고 해도 전부 간부인 것도 아니고, 중앙당 간부라도 뇌물을 받지 못하는 선전부나 총무부 등에서 일하면서 궁핍한 경우 자식을 외화벌이에 내보낼 수도 있겠지만, 북한에서도 부모로서 결심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한은 집단탈북 사태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놨다. 북한적십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대미문의 납치”라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특단의 징벌 조치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해당 국가의 묵인 하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며 중국 정부를 우회로 비난했다

이번 집단탈북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으로 경제난을 겪던 북한이 무리하게 외화벌이를 확장한 데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북한식당을 가능하면 한 지역에 밀집시켜왔던 것과 달리 지역을 확장시키고 편의적으로 근로자들을 차출해 이동시키면서 위험 요인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일가족도 아닌 한 직장 동료일 뿐인 13명이 동시에 똑같은 마음으로 자유를 찾아 탈북을 감행한 사실 자체만으로 북한의 통치체제에도 빈틈이 충분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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