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해 시험 성적을 조작한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씨는 '까도 까도' 끝이 없는 범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험 응시 자체가 부정행위로 도배된 꼴이다.
경찰이 1차로 밝혀낸 송씨의 혐의도 충격적이긴 했다. 국가 중요시설인 정부서울청사 보안시스템을 우습게 뚫어버린 그의 범행은 일개 20대 수험생의 행위라기에는 매우 치밀하고 주도면밀했다.
송씨는 청사를 여러 차례 드나들면서 내부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고, 청소 용역 직원들이 사무실 출입문에 적어 둔 도어록 비밀번호를 발견해 침입했다. 이어 PC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을 사용해 담당자 컴퓨터에서 성적을 조작했다.
사전 답사로 청사 경비의 취약점을 대번에 파악한 눈썰미, 출입증 절도까지 서슴지 않은 대담함, 침입에 실패하면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내 거듭 침입을 시도하는 끈질김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범죄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충격적인 범행이었으나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의 '진가'는 계속 드러났다.
송씨는 인사처가 주관한 본 시험을 치르기 전 단계에서부터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자신이 응시한 '지역인재 7급' 공채의 지역 선발시험 격인 공직적격성검사(PSAT) 문제지를 훔친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그의 최초 범행이다.
지역인재 7급 공채에 응시하려면 다니던 대학에서 추천을 받아야 했다. 추천 요건 중 하나가 대학에서 공무원 시험 학원에 의뢰해 치르는 PSAT 모의시험 성적이었다. 송씨는 교직원을 사칭, 학원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출제 학원을 알아냈다.
이어 서울까지 올라와 학원 내부를 돌아보고서 문제지 관리가 허술함을 확인한 뒤 직원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시험지와 정답지를 훔쳐 나왔다. 훔친 시험지를 숙지한 그는 선발시험에서 최상위권 점수를 받았다.
송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응시자 선발 요건 가운데 자신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에는 모두 손을 썼다. 토익(TOEIC)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성적을 올릴 방법을 구상하다 또다시 부정행위를 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시험 시간을 늘려주는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병원을 찾아갔다. "시력검사표가 안 보인다"는 거짓말을 반복한 끝에 약시 판정을 받아 진단서를 발급받고 이를 시험 주관처에 제출해 남들보다 여유 있게 시험을 치렀다.
이런 덕분인지 그의 토익 점수는 진단서 제출 전에는 자격요건인 700점 아래였으나 이후 700점을 여유 있게 넘겼다.
아직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않은 응시 자격요건은 그의 학과 성적이다. 학과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들어야 응시자로 추천받을 수 있다.
경찰은 송씨가 시험 응시 거의 모든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학과 성적에도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아직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